[야고부] 백조의 거짓말

입력 2012-05-22 11:00:23

'백조는 강물 위에서 우아하게 둥둥 떠 있는 것 같지만 물 밑에서는 물갈퀴로 끊임없이 헤엄치고 있어. 끊임없이 발을 놀리지 않으면 가라앉아 버리지.'

어떤 결과에 이르기 위해 다른 사람이 감당했던 노력을 보여주기 위해, 때로는 겉모습과 실제가 사실은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흔히 하는 말이다. 오리나 거위, 백조는 물에 가만히 떠 있을 때, 발을 움직이지 않는다. 이동이 필요할 때만 느릿느릿 물갈퀴를 저을 뿐이다. 빠르게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할 경우에는 날아간다. 그러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정신없이 물질을 해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리나 거위, 백조가 가만히 있어도 물에 뜨는 것은 깃털 사이에 상당한 양의 공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깃털이 기름막으로 싸여 있는데다 물이 스며들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백조의 헤엄'처럼 전혀 근거 없는 말이 오직 '그럴듯'해서 사람들 사이에 빠르게 번지는 경우는 흔하다. 이런 말을 믿고, 확신에 차서 자기주장을 펼치는 사람들도 많다. 나중에는 이 말이 거짓임을 깨닫지만, 그때는 또 새로운 거짓말에 속아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는 중이다. 그리고 후회하지만 또 다른 거짓에 현혹되기를 반복한다. 그럴듯한 거짓말의 생성과 전파 속도는 그만큼 빠르다.

얼마 전 한 신문은 '나꼼수'를 비롯해 우리나라 정치 팟캐스트 4곳의 8회분을 분석한 결과 근거 없는 주장이 46%, 사실 왜곡과 거짓이 40%라고 밝혔다. '나꼼수'의 경우 총 30개 주장 중에 3개만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었고, 14개가 부적합한 사실을 근거로, 13개가 근거 없는 주장이었다고 밝혔다.

'거짓'이 명쾌하고 재미있는 것은 '빈틈'을 과장하고 왜곡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실체적 '사실'은 대체로 밋밋하고, 때로 지루하기까지 하다. 애초에 거짓이 없었던 사안은 파헤쳐 봐야 나올 게 없으니 오히려 '철저하게 은폐했다'는 의혹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근거 없이 불신하는 사람은 자신의 상상력이 만든, 애초 존재하지도 않았던 '범인'이 잡힐 때까지 결코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4'11 총선 뒤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대행은 '부산 젊은이들이 나꼼수를 듣지 않아서 (부산)선거에서 패했다'고 말했다. 이건 아니다. 왜곡과 거짓은 후하게 평가해도 오락일 뿐이다. '오락'은 웃고 치울 일이지,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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