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2008년 작). 자본주의의 극단적 폐해를 그린 수잔 콜린스의 판타지 소설이다. 빌 게이츠가 내 인생 최고의 책이라고 극찬한 뒤 지난달 영화로도 개봉돼 유명세를 탔다.
근미래 국가 '판엠'. 캐피톨(자본)이라는 이름의 수도가 부와 권력을 독점하며 12구역을 지배하고 있다. 캐피톨의 지배를 받는 12구역들은 식민지나 마찬가지다. 12구역은 캐피톨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그로부터 시작된 판엠의 피비린내나는 공포 정치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헝거게임'. 캐피톨은 12구역에서 각각 남녀 두 명의 아이들을 뽑아 마지막 한 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는 헝거게임에 내몬다.
소설 속 캐피톨과 12구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서울과 지방의 대한민국 현실과 묘하게 닮아 있다. 국가의 모든 부(富)가 이처럼 수도권에 빨려 들어가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우리 정부의 규제 완화를 등에 업은 수도권 대기업 자본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살육하며 무한 증식을 거듭했다. 커피숍, 제과점, 떡볶이, 순대 등 소상공인 영역에까지 진입해 지방 골목상권을 집어삼켰다.
급기야 우리 정치권은 4'11 총선과 연말 대선을 맞아 '공룡 재벌' 개혁을 화두로 내걸고, 대기업 비판 여론 잡기에 나섰다. 모든 정당마다 '경제 민주화'와 '따뜻한 자본주의'를 외치며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주문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은 지방경제의 주체, 소비자와 생산자가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통 분야다. 지방 골목상권 보호를 내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따라 지난달부터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에 대한 강제 휴무제가 도입됐지만 지역 소비자와 생산자가 법 취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역 소비자들은 여전히 편하고 싼 합리적 소비를 좇고, 지역 생산자들은 여전히 품질 향상이나 서비스 개선에 인색하다.
우리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이어 오는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에 들어간다. 협동조합법 역시 경제민주화의 산물. 법 시행 이후 지방 중소기업과 중소상인들은 경제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협동조합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협력해 외부 대형 업체들에게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을 마련할 수 있다.
유럽,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방경제의 새로운 주체로 협동조합이 급부상하고 있다. 일례로 유럽연합에서 소득이 가장 높은 5개 지역에 속하는 이탈리아 볼로냐 경우 기업형 대형 유통 업체가 발 딛고 설 수 없는 곳이다. 유통뿐 아니라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협동조합 방식으로 지역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지방경제의 활로로 주목받고 있는 협동조합 성공 여부 또한 결국 '지방' 스스로에 달려 있다. 수도권과 정치권에 무엇을 바라기보다, 대기업을 싸잡아 비난부터 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생산자, 지방경제 주체가 먼저 깨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소설 속 헝거게임에 내몰린 12구역 남녀 주인공들은 처절한 생존 경쟁 속에서도 사랑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명의 도화선을 제공한다.
"그저 내가 계속 바라고 있는 것은, 캐피톨이 나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줄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뿐이야. 나는 그저 헝거 게임의 작은 한 부분이 아니고, 그 이상의 존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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