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라이온즈 열정의 30년] (36) 외국인 선수

입력 2012-05-21 09:15:59

(중)한국시리즈 운명을 바꾼 갈베스와 엘비라

갈베스
갈베스
엘비라
엘비라

1998년 스콧 베이커, 호세 파라를 시작으로 2012년 미치 탈보트, 브라이언 고든까지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선수는 모두 36명이다. 팀 하이칼라는 2005년 7월 교체선수로 입단해 2007시즌까지 3시즌을 뛰었지만, 한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은 선수도 많았다.

초기만 해도 힘 있는 타자를 선호했던 기호는 시간이 흐르면서 투수 쪽으로 바뀌었다. OB의 우즈, 삼성의 스미스, 한화의 데이비스, 롯데의 호세 등 타자로서 성공한 사례도 있었지만 구단들은 낯선 스트라이크존, 국내 투수에 대한 데이터 부족 등으로 적응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투수는 반대였다. 그들의 공이 국내 타자들에게 생소해 다소간의 성공이 보장됐다. '도 아니면 모' 식의 타자보다는 성공확률이 높은 투수가 눈에 들어온 건 당연했다.

아쉽게도 삼성은 공을 들였지만 외국인 선수 덕을 크게 보지 못해왔다. 그러나 구단과 팬들에게 존재가치를 각인시킨 선수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다.

갈베스(도미니카)와 엘비라(멕시코)는 투수로서 팀에 상당한 공헌을 했던 선수로 꼽힌다. 그럼에도 둘에 대한 평가는 동전의 양면처럼 크게 엇갈렸다. 2001년 삼성은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한 갈베스를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 그의 영입이 알려지자 국내 야구계와 팬들은 들썩였다. 별다른 메이저리그(10경기 1패) 활약 없이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다 대만을 거쳐 1996년 일본 요미우리에 입단한 갈베스는 첫해 16승6패로 리그 다승왕을 거머쥐며 맹활약했다. 리그 최다이닝(203⅔) 최다완투(12완투, 3완봉)로 요미우리의 강력한 선발투수로 부상한 갈베스는 이듬해에도 12승(12패)을 따내며 2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했다. 이후 2시즌을 9승씩 따냈으나 2000년에는 승패 없이 6패만 기록한 채 방출됐고 삼성은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한 그의 영입에 나서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냈다.

갈베스는 국내팬들에게 요미우리 시절 조성민의 1군 진입을 좌절시킨 선수였고, 주니치에서 뛰던 이종범에게 머리쪽 빈볼을 던져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있었다. 더욱이 1998년 불만스런 심판 판정 후 홈런을 허용하자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심판을 향해 불 같은 광속구를 던진 악동 그 자체였다. 그런 전력(前歷) 때문에 국내무대서도 갈베스가 던진 몸쪽 공은 타 구단의 심기를 불편케 했다. 하지만 데뷔전 선발승을 따낸 후 40일 만에 7승(1패) 평균자책점 1.46을 기록하며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그러나 중요한 시점에서 끝내 악동기질이 발현되고 말았다. 8월 20일 모친의 위독을 핑계로 미국으로 간 갈베스는 돌아올 줄 몰랐다.

갈베스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서 1, 4차전 선발로 등판했으나 실망스런 모습만 보여줬다. 믿었던 갈베스에 발등이 찍힌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두산에 넘겨줬다.

2002년 엘비라는 갈베스처럼 시즌 도중 교체 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지만, 갈베스와는 달랐다. 갈베스가 오른쪽 정통파로 150㎞를 꽂아넣는 '파이어볼러'였다면 엘비라는 왼손 기교파 투수였다.

그를 영입하는 데 삼성은 적잖은 공을 들여야 했다. 삼성은 엘비라가 일본 긴데츠에서 2년간 선수생활을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으나 그 기간 동안 엘비라가 일본야구의 일률적이고 조직적인 환경을 싫어해 동양야구에 거부반응을 갖게 됐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시간낭비에 가까운 설득이 이어졌고 마침내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시즌 도중 밟은 국내무대였지만 엘비라는 첫 경기서 선발승을 거두며 곧바로 한국야구에 연착륙했다. 임창용(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즈)과 원투펀치를 이루며 시즌 13승 6패, 평균 자책점 2.50을 기록했고,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가 거둔 13승은 1998년 왼손투수 스콧 베이커 이래로 두 번째로 많은 승수였다.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에 등판 1승,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한 엘비라는 그해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최고의 순간을 맞을 때 브리또와 함께 삼성에선 최초로 샴페인 샤워를 한 외국인 선수가 됐다.

삼성 최무영 편성팀장은 "금을 좋아해 수천만원어치의 금 액세서리를 치렁치렁 몸에 휘감았던 갈베스는 금만큼 번쩍이는 능력을 갖추고도 끝내 악동기질을 버리지 못해 삼성의 한국시리즈를 망쳐버린 애물단지가 돼 버린 반면, 멕시코의 영웅 엘비라는 원치 않던 동양야구 속에 다시 뛰어들어 진가를 발휘하며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승 등 삼성의 우승에 주춧돌을 놓은 보석으로 화려한 빛을 냈다"고 말했다.

엘비라는 다음해 재계약에 성공, 2003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서는 등 기대를 모았지만, 2년차 징크스를 겪듯 부진에 빠지며 결국 시즌 중반 스스로 방출요청을 하며 팀을 떠났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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