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다큐] 대구 '수성벼룩시장' 가보니

입력 2012-05-19 07:18:37

엄마 좌판 옆 학용품 평친 초교생도 즐거운 "골라요, 골라"

거대한 텐트촌이 도심 공원을 점령했다. 지난달 28일 대구 수성못 상단공원.

소형 텐트 80개가 중앙 통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다닥다닥 늘어섰다. 아침부터 공원에서 웬 아영일까. 짐작과 달리 텐트 안에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번호표만 매달려 있다. 잠시 후 여행용 캐리어와 쇼핑백을 손에 든 사람들이 속속 텐트 주위로 모여들었다. 텐트의 쓰임새에 대한 궁금증은 이때 풀렸다. 수성구청과 수성시니어클럽이 마련한 벼룩시장의 판매부스였던 것.

텐트의 생김새는 모두 똑같았지만 어린이, 여대생, 주부, 직장 남성에 이르기까지 판매자들은 다양했고 물건 역시 각양각색이었다. 중'노년 상인들이 쪼그리고 앉아 낡은 장신구나 골동품 같은 소품들을 쫙 펼쳐놓은 모습과 같은, 벼룩시장 하면 연상되는 기존의 이미지는 싹 달아났다.

엄마의 좌판 옆에 동화책과 학용품들을 펼쳐놓은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

장사보다는 함께 좌판을 펼친 옆자리 아줌마와 수다 떠는 재미가 더 쏠쏠해 보이는 주부.

조개껍데기를 이용해 만든 장식용 꽃에 호기심을 보이는 기자에게 "우리 집에 놀러와 솜씨 자랑 좀 취재하라"고 농담을 건네는 60대 할머니. 모두들 여유가 넘치고 즐기는 모습이다. 흥정에도 얼굴 붉힐 일이 없다.

돈이 이것밖에 없으니 무조건 달라는, 말도 안 되는 에누리 요구도 애교로 받아들인다.

구입처나 물건에 얽힌 사연에 묻고 답하는 재미도 거래의 큰 부분이다.

이렇듯 벼룩시장에 대한 참가자들의 인식은 상거래에서 문화와 놀이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푼돈이라도 금전이 오가는 엄연한 시장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재활용의 가치가 자리하고 있다. 진짜배기 벼룩시장의 모습은 판매 수익 추구보다는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 합리적으로 처분하는 자원순환에 가깝게 다가서 있다.

집안을 꼼꼼히 둘러보면 나는 쓰지 않지만 분명 누군가에게 필요한 물건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소풍 가는 기분으로 진짜배기 벼룩시장의 즐거움을 만끽해 보는 것이 어떨까.

사진'글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판매하기 어렵지 않아요

대구 수성구청이 주최하고 수성시니어클럽이 주관하는 '수성벼룩시장'은 오는 10월까지 계속된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과 넷째 주 토요일에 개장한다. 둘째 주는 화랑공원(이마트 만촌점 뒤)에서, 넷째 주에는 수성못 상단공원(두산동 주민센터 뒤)에서 열린다. 개장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혹서기인 7, 8월엔 열리지 않는다. 판매하려면 미리 인터넷 신청(www.dss6080.com)을 해야 한다. 판매자들이 낸 기부금은 저소득층 난방비 지원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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