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마을공동체] 담장 허물었더니…이웃이 다가와 '우리'가 되다

입력 2012-05-17 14:20:14

'마을' 꿈꾸는 대구 삼덕동

대구 중구 삼덕동(三德洞) 주민들은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공동체)'를 만드는 시도를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다. 소통을 위해 담장을 허무는가 하면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고, 주민 단합을 위해 축제를 여는 등 자신들의 터전을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담장 허물기', 관계 복원의 시작

삼덕동에는 높은 빌딩이 거의 없다. 대형소매점도 찾기 힘들다. 하지만 미용실, 전업사, 철물점, 밥집, 중국집, 문구점 등 작은 가게들이 동네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삼덕동 마을 만들기 운동은 '담장 허물기'를 계기로 시작됐다. 대구YMCA 김경민 사무총장이 이 지역으로 이사온 뒤 1998년 개인으로는 처음으로 담장 허물기 사업을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담장을 허문 공간은 녹지'휴식 공간으로 만들어 이웃에게 개방했다. 김 총장이 솔선수범해서 집 담장을 허물자 병원, 도서관, 학교 등이 줄이어 담장을 허물었다. 담장을 허물자 그 공간에서 사람들 간 소통이 싹트기 시작했고, 단절돼 있던 동네에 '공동체'가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담장 허물기에 동참한 주민들은 사랑방격인 '삼덕동마을만들기센터'에서 주민회의를 열고 병뚜껑으로 벽화 그리기, 암각화 벽화, 타일 벽화 등 10여 곳에 벽화작업을 완성, 마을 전체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또 축제를 열어 이웃 간 결속을 다졌다.

담장허물기 1호인 삼덕동 201번지는 여러 차례 기능이 바뀐 뒤 현재 지역아동센터와 마을만들기센터로 사용되고 있다. 딸린 점포는 녹색가게로 이용되다가 일부 공간은 2008년부터 희망자전거 개발'수리센터로 사용되고 있고, 나머지 공간은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연계한 사회적 기업인 '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삼덕동에는 마고재, 빗살미술관, 이동 버스 도서관 등이 있다. 주민들의 욕구에 바탕을 둔 휴식 공간으로 보육 공간, 작업 공간, 예술가 공방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재개발 바람

순항하던 삼덕동 마을 만들기도 2006년 동네가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고시되면서 홍역을 앓았다. 10여 년 마을 만들기의 성과가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 재개발추진위원회의 바람은 생각보다 거셌다. 위원회가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해 갔다. 당시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 그리고 방관 등 세 갈래로 극명하게 갈렸다.

김경민 사무총장은 "이듬해 국토해양부의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 사업에 공모한다고 했을 때 재개발 찬성 측에서 '재개발 사업을 해야 하는데 무슨 일을 꾸미는 거냐'고 거칠게 항의하는 등 난리가 났다"며 "당시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가 수만 가구로 분양이 되지 않자 재개발 추진은 잠잠해졌다"고 당시 배경을 설명했다.

◆마을 만들기 사업은 진행 중

삼덕동에 몰아친 재개발 바람은 느슨했던 삼덕동 마을 만들기 운동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를 낳았다. 따라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게 했다. 거대자본의 대항마는 자본이 아니라 삼덕동 마을의 공고한 커뮤니티. 이에 10여 년간 진행된 삼덕동 마을 만들기 운동의 원형을 거대한 자본으로부터 지켜내고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느슨했던 일상을 새롭게 재조직하면서 체계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2000년대 중반 재개발 정책 때문에 마을 분위기가 살벌해졌지만 공동체 틀 안에서 꾸준히 설득과정을 거쳐 지금은 우리 스스로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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