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의 세계

입력 2012-05-17 14:24:55

쾌락·만족감 느끼게 하는 호르몬…ADHD에도 연관

사랑에 빠진 뇌는 이성적인 보상보다는 본능적인 보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다면 사랑의 감정이 솟아오르는 장소는 어딜까?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 촬영으로 밝혀진 결과에 따르면 사랑의 장소는 뇌 속에서도 가장 깊숙한 중심부에 있는 미상핵이다. 사랑에 푹 빠졌을 때 미상핵의 활동이 커지는 것은 도파민(dopamine)의 수용기들이 많기 때문이다. 도파민이 왕성하게 분비되면 뇌는 강한 에너지와 흥분을 생성한다. 그래서 활력이 넘치고 기분이 아주 좋아지게 된다. '신이 선사한 마약''사랑의 묘약'으로 불리는 도파민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사랑과 행복의 호르몬

쾌락이나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가장 강력한 천연 각성제 중 하나로 꼽힌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는 마약중독자의 뇌와 비슷한 활동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마약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약물중독은 도파민 수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성 관계를 할 때 느끼는 오르가슴 또한 도파민의 대량 분비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간은 오르가슴을 느낄 때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도파민이나 엔도르핀 계열의 호르몬들을 많이 분비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 연구팀은 19~24세 사람들 가운데 8명을 선정해 PET스캐너 등을 이용해 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의 반응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몸이 짜릿할 정도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선조체라는 뇌 조직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등 신체적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뇌 활성화 정도를 알려주는 fMRI로 관찰한 결과,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경우 처음에는 대뇌 미상핵 부분이, 기분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는 대뇌 측좌핵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감흥이 없는 음악을 들었을 때는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좋아하는 음악은 도파민을 샘솟게 만들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성취욕구 강한 사람 도파민 분비 많아

우리 주변에는 출세욕 등 성취욕구가 강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뇌속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미국 밴더빌트대학 신경과학 전공 대학원생들의 연구 결과는 이런 궁금증을 풀어준다. 이들은 25명의 젊은이들에게 버튼 누르기 게임을 하게 한 뒤 뇌의 변화를 살펴봤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버튼 누르기 게임 과제를 제시하면서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을 함께하게 했다. 두 경우 모두 금전적인 보상을 하되, 버튼 누르는 동작을 쉽게 할 수 있는 둘째손가락으로 누르면 1달러를, 새끼손가락으로 누르면 4.3달러를 주기로 했다. 실험 결과, 돈을 딸 확률이 낮더라도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려 한 참가자들은 도파민 분비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느긋한 태도의 참가자들은 도파민 수치가 낮았다.

◆ADHD는 도파민 기능 장애

어린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도 도파민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지난 2007년 발표한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 아동정신의학연구실의 필립 쇼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도파민수용체 유전자의 변이가 ADHD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는 ADHD 어린이 105명(평균연령 10세), 정상적인 어린이 103명을 대상으로 MRI(자기공명영상)를 통한 뇌 조영과 DNA검사를 한 결과, 도파민D4수용체 유전자가 변이되면 주의력을 관장하는 뇌 부위의 조직 두께가 얇아지면서 ADHD가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쇼 박사는 ADHD 어린이들 전부가 이 변이유전자를 가진 것은 아니며, 20~25%가 이 변이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변이유전자를 가진 어린이들은 6년 정도 지났을 때 얇아졌던 문제의 뇌 부위 조직이 다시 두꺼워지면서 증세가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ADHD 어린이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증세가 호전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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