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이석기 키즈(kids)

입력 2012-05-16 11:12:32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1억 루마니아'라는 허황된 꿈을 꾸고 있었다. 이를 위해 낙태와 피임을 금지했고 모든 여성에게 4명 이상 자녀를 낳으라는 해괴한 명령을 내렸다. 가임 여성들은 '금욕'을 하고 있지 않은지 매달 검사를 받아야 했고 피임을 한 여성에게는 '금욕세'를 물렸다. 그 결과는 비극적이었다. 거리와 고아원은 버려진 아이들로 넘쳐났다. 이른바 '차우셰스쿠의 아이들'이다.

차우셰스쿠는 이들 중 쓸 만한 남자아이를 골라 10대 초반에 생도 부대에 보냈다. 그 아이들은 차우셰스쿠를 아버지로 여기고 광적인 충성을 바치도록 교육받은 뒤 비밀경찰 조직의 요원으로 선발됐다. 차우셰스쿠 강압 통치를 떠받쳤던 국가폭력의 중추가 이들이었다.

방법은 다르지만 마오쩌둥도 권력을 위해 어린 학생들의 폭력성을 유감없이 이용했다. 바로 홍위병(紅衛兵)이다. 이들이 그토록 파괴의 향연에 탐닉했던 것은 사회에 대한 누적된 불만 때문이었다. 당시 중국에서는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산업 기반이 약해지면서 새로이 노동인구에 편입된 청년들 대다수가 취직을 못 하거나 열악한 조건하에 일해야 했다. 게다가 엘리트 교육기관의 입학 자격을 고위층 자녀들이 독점하면서 계층 이동의 길도 막혀 있었다. 마오는 새로운 혁명의 동력을 이들에게서 발견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지만 확고한 태도로 일을 해나갈, 정치 경험이 있고 결의가 굳은 젊은이들이다." 마오의 이러한 부추김의 결과는 반(反)문명, 반(反)지성, 반(反)인간의 난장판이었다.

종북파의 자살골 장면을 보여준 통합진보당 중앙운영위 폭력 사태의 전위에 있었던 대학생 중 상당수가 통진당 내 NL(민족해방)계 정파인 경기동부연합이 지난 10년간 공들여 키운 '이석기 키즈(kids)'라고 한다. 이들은 어버이날인 지난 8일 이석기 당선자 페이스북에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바쳤다고 하니 썩 잘 어울리는 호칭이다. 이들은 '당권파'에게서 무엇을 배웠을까. 드러난 현상으로 보건대 1980년대식 지하운동 조직의 음습한 행동 양식과 윤리 의식의 마비가 아니었을까. 더 고약한 것은 이들의 폭력을 이 당선자가 기획했을 가능성이다.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들은 윤리 의식이 마비된 어린 깡패에 불과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 젊음과 대학생 배지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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