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용팔이사태 연상, 자정기능 잃은 안하무인
야권 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이 최악의 폭력사태로 인해 절체절명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끝없는 추락은 민주통합당과의 야권 연대 균열은 물론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진보진영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있다.
12일 우여곡절 끝에 열린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가 폭력사태로 얼룩졌다. 4'11 제19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순번 배정을 위한 당내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부정선거 시비의 진위를 가리고 당의 진로를 확정하기 위한 자리가 당권파의 폭력 행사로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당원들이 당 지도부를 향해 무차별 폭행을 가하며 욕설을 쏟아냈고, 이 모든 장면은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당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일각에선 1987년 통일민주당의 창당대회를 방해하기 위해 폭력배가 동원된 이른바 '용팔이 사건'과 비교하기도 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민생정치'와 '쇄신'을 부르짖고 있는 상황에서 터져 나온 폭력사태로 진보당은 그동안 한국정치의 자정(自淨)기능을 담당했던 지위도 내려놓아야 하게 됐다. 안하무인(眼下無人)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통합진보당을 향해 각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우리 사회 대표적 진보성향 인사들조차 실망감을 표시하며 진보정당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로 대한민국 진보는 죽었다"며 "그 시체 위에서 새로운 진보로 부활하기를 바란다"고 일갈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 역시 "통합진보당 전체가 무너지는 것은 비극이며 이는 야권 연대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통합진보당 문제가 이번에 터진 것이 차라리 다행이다. 11월쯤 터졌으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여러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야권 연대에도 금이 갈 조짐이다. 연대의 한 축인 민주통합당은 벌써부터 통합진보당과의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함께하기에 부담스런 존재와의 결별을 고민하고 있는 분위기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서 야권 연대를 해야하지만 먼저 통합진보당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를)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연대 상대방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논란은 야권 전체의 동반추락을 가져오고 있다"며 "재창당 개념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진보당의 이번 폭력사태로 오는 12월 대선에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유권자들이 통합진보당은 물론 개혁성향의 민주당이 '대안'이 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품게 됐다는 설명이다. 보수정권의 정책에 실망한 국민들이 대안으로 '진보'가 아니라 '또 다른 보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잇따른 상식밖 행보에 대해 일부에서는 당권파들이'일본 공산당'의 길을 따르려는 것이 아니냐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집권 의지를 접은 채 특정 지지층이 만들어 주는 일정한 의석을 가지고 조직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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