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키에 대한 단상(斷想)

입력 2012-05-14 07:13:48

교정치료를 하다 보면 최소 1~2년, 경우에 따라서는 3년 이상씩 치료를 받는 환자를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진료 횟수가 거듭될수록 성장기 학생들의 키가 자라는 과정을 보게 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머리 크기만큼 키가 자라서 나타나면 신기할 정도다. 새삼스레 요즘 아이들이 과거의 우리나 우리 전 세대와 비교해서 성장상태가 좋아졌음을 느낀다.

반면에 키가 안 자란다고 고민하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는 것 같다. 최근에도 키가 유난히 작고 예뻐서 우리가 '이쁜이'라고 부르는 한 환자가 있었는데 부모님은 키가 안 자란다고 하소연하며, 소아과에서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으려고 하는데 교정치료와는 관계가 없겠냐고 상담을 해 왔다.

문득 살아계셨다면 86세가 되셨을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가 시집 올 당시만 해도 키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시댁에서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엄마도 동네 사람들이 '키 큰 새댁'이라고 부르는 소리가 늘 부끄러웠다고 당시를 회고하시곤 했다.

그러니까 정확히 60년 전인 그 시절에는 164㎝의 키는 여자로서는 지나치게 커서 동네 사람들의 입방아 거리가 됐던 것이다. 엄마가 한두 세대만 늦게 태어났더라면 환호받았을 키였는데도 말이다.

2010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키는 45년 만에 남자 9㎝, 여자 4㎝가 컸다고 한다. 예전보다 평균키가 큰 것을 보면 키는 어느 정도 크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가 보다. 근본적으로는 영양상태의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외에 성장판을 자극해 키를 키우는 운동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스트레칭, 줄넘기, 농구 등이 이에 포함된다. 또한 식습관도 키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균형 잡힌 식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우유, 멸치, 콩, 두유, 토마토와 같이 칼슘이 풍부한 식품이 키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또한 숙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며, 마지막으로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 치료가 있는데 이는 병원에서 진단받고 할 수 있는 치료이다.

요즘은 키짱, 몸짱이 대세다. 그래서 키를 갖고 사람의 가치를 저울질하다 보니 키가 작은 사람은 '루저'(패자)라는 말까지 나오는 시대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엄마가 부끄러워했던 그 키가 지금 세대에게는 환호받는 것처럼 우리가 부끄러워하는 지금의 키에 대한 기준은 과연 자연스러운 걸까?

이 희 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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