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달의 문화 톺아보기] 동서고금의 위대한 사랑

입력 2012-05-10 14:02:21

#1. 칼릴 지브란과 메리 헤스겔

"내가 하는 일을 이해하고 사랑해 주는 이를 만나/ 그의 손안에 나의 전부를 내어 맡길 수 있음은/ 그가 내게 자유를 주는 까닭입니다."

메리 헤스겔이 칼릴에게 부친 연서다. 아마 그녀는 칼릴처럼 신비로운 남자를 일찍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시인이며 철인이고 화가였던 그는 일관되게 진리의 숭고함을 추구한 삶을 살았다. 이 위대한 남자가 사랑했던 여인이 메리 헤스겔이며 그녀는 칼릴에게 끝없는 영감을 제공했다. 서로를 끝없이 갈망하면서도 상대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은 이들의 사랑이야말로 남녀 간의 이룰 수 있는 가장 높은 사랑의 한 전형이다.

#2. 엘로이즈와 아벨라르

"우리가 나눈 사랑의 환락은 참으로 달콤하여 나는 그걸 뉘우칠 수도 기억에서 지울 수도 없습니다. 내가 저지른 죄를 슬퍼해야 함에도 도리어 나는 아주 맹렬하게 잃어버린 것을 그리워합니다. 로마의 황후가 되기보다는 당신의 아내가 되기를 열망하며 심지어 당신의 창녀가 되는 일이라고 해도 그것은 황제의 영화로운 황후 되기보다 몇 곱절 나를 기쁘게 했을 것입니다."

적나라한 인간 내면의 격정이 거침없이 표현된 이 서간집은 수녀원장이었던 엘로이즈와 철인이며 수도사였던 아벨라르 간에 주고받았던 편지다. 수도자 간의 왕복 사신이라는 점에서 세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3. 원이 엄마의 편지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중략)

칼릴 지브란과 메리 헤스겔의 연서를 엮은 시집은 지금도 전 세계인에게 인기가 높다. 엘로이즈와 아벨라르가 함께 묻힌 무덤에는 이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을 추모하려는 이들의 발길로 꽃이 시들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 이응태가 31세로 요절하자 그의 아내(원이 엄마)가 관속에 넣은 편지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간문이다. 솔직히 난 이 편지를 처음 보곤 깜짝 놀랐다. 반상의 법도와 남녀의 구별이 유별했던 조선시대 남녀의 사랑 고백이 어쩌면 이렇게 담백하고 솔직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그런데 일반의 이런 인식을 송두리째 뒤엎은 이응태 부인의 절절한 사부곡은 읽노라면 먼저 희귀한 자료이며 또한 400년이 흐른 지금 진정한 사랑에 목말라 하는 이 시대 남녀들에게 여전히 절실한 무엇인가를 던져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들 부부상이 조각된 안동시 정하동 낙동강변 대구지검 안동지청 앞 도로를 지날 때마다 이 조각상을 접근이 좀 더 용이한 곳으로 옮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랑을 맹세하는 연인들이 그 앞에서 눈감고 기도하게 되는 날이 머잖기를 기원해 본다.

안동시 역사기록관'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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