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흥미로운 예측의 세계

입력 2012-05-09 15:11:50

인간생활에서 정확한 예측이 가져다 줄 수 있는 혜택은 무진장이다.

인류의 과학지식 발전은 미래에 대한 예측을 정확히 하고자 하는 욕망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의 변화를 예측하여 좀 더 안전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욕망은 수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 등 기초과학의 발전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기상학, 지질학 등 응용과학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또한 사회과학 분야인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분야에서의 정확한 예측은 사회와 개인의 안정적 발전과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운수나 주가, 땅값이나 로또당첨번호 등을 예측할 수 있다면 그 삶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예측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법들에는 한 가지 공통된 원칙이 있다. 그것은 예측이 기본적으로 시간 축 위에서 행해지므로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는, 즉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원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제비가 낮게 날면 "곧" 비가 내린다는 사실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즉 "곧" 이라는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두 사건 ('제비가 낮게 난다' 와 '비가 내린다')의 관계는 과거, 현재 혹은 미래에도 변하지 않는 원리인 것이다. 이처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원리들을 파악해서 이를 적용해보면 그 예측 대부분은 상당히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원리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찾아내어 예측에 활용할 수 있을까? 가장 합리적인 해답은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변하지 않는 원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여기서 데이터 축적은 조사 혹은 실험을 통해 얻어지며, 변하지 않는 원리들은 적절한 수식을 통해서 대부분 발견된다. 실제로 많은 경우, 매우 무질서하고 복잡하게 보이는 데이터가 간단한 수식을 통해 변하지 않는 원리로서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점이 예측을 연구하는 학문의 매력이다. 물론 동전던지기 결과 예측처럼 아무리 실험 데이터가 축적되어도 다음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운 경우들이 있는데, 로또당첨번호와 주가 예측 등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과거 30년간의 컴퓨터 기능의 눈부신 발달은 데이터 축적과 변하지 않는 원리들의 발견을 기술적으로 용이하게 만들었다. 이제 데이터 축적은 대단히 방대한 규모로 매우 세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축적된 방대한 빅 데이터(Big Data)로부터 예측에 필요한 자료들을 선택하는 것이 점차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료를 추출하는 과정을 귀중한 광석을 캐내는 작업에 비유한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이라는 분야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컴퓨터 기능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기상예측 등은 여전히 쉽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는 주로 자료의 축적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기상변화를 일으키는 지구의 추정된 나이가 46억 년인데 비해서 현재 문명의 나이는 최대 1만 년 이하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 예측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최근 대구시 경전철 수요예측과 관련되어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수요예측의 중요한 요인인 대구시 예측인구를 고려하면, 수요예측 결과의 타당성에 의문이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수요 예측을 할 때 대구시 교통체계에 대한 계획도 숫자화하여 고려한 것으로 보이므로 단순히 대구시 예측인구의 관점에서 수요예측의 정확도를 얘기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수요 예측과 관련하여 주목을 받고 있는 기법인 예측시장 기법을 소개하고 싶다. 이 기법은 21세기 이후 새로운 예측기법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가장 먼저 이 기법을 체계적으로 도입한 미국의 아이오와 가상시장(Iowa Electronic Market)은 사람들에게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은지?"라고 묻는 시장 수요조사 방식을 사용하여 2008년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것을 가장 먼저 예측했다. 이러한 예측시장 기법은 삼성 등 국내 주요기업들이 자사의 연구개발 수요예측에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전국을 대상으로 한 예측시장이 대구가상시장 (Daegu Electronic Market)이라는 이름으로 대구지역에 개장되기를 바란다. 그 이유는 대구가상시장 개장이 대구의 수요예측능력 개선과 더불어 과학기술 첨단도시라는 이미지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태윤/계명대 통계학과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