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분권 관점에서 본 대구MBC 사태

입력 2012-05-09 09:35:54

김 형 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김 형 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우리 지역 공영방송인 대구MBC가 두 달 째 파업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23일부터는 라디오와 TV의 뉴스 제작을 전면 중단하는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이 파업에는 노조원만이 아니라 국장 및 부장 등 간부사원도 보직 총사퇴를 결의하고 동참하고 있다.

대구MBC의 파업은 원래 '공정방송 회복, 김재철 사장 퇴진'이란 요구를 내걸고 실시하고 있는 MBC서울 본사와 전 계열사의 동시 파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으로 그 성격이 바뀌었다.

파업은 원래 노동문제이지만 공정방송 문제를 제기한 MBC 노조의 파업은 동시에 언론문제다. 그런데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는 대구MBC노조의 파업은 지방분권 문제라는 또 다른 성격을 가진다.

MBC 파업이 진행 중이던 지난 4월 19일 김재철 사장은 6개 지역 MBC 사장 내정자를 발표하였다. 대구MBC의 경우 내년 2월이 임기인 박영석 사장을 전격 교체하고 서울 본사의 기획조정부장을 사장으로 새로 지명하였다.

이에 대해 파업 중이던 대구MBC 전체 구성원이 '낙하산 사장'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돌입하였다.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근 마침내 주총에서 그 사장을 선임하였다.

MBC의 김재철 사장이 임명될 때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최시중 방송위원장을 내세워 김재철 사장을 MBC사장으로 임명하였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후 김 사장의 MBC 운영이 친정부 편파방송을 하여 공정방송 원칙을 침해했다고 본 노조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대구에 살고 있는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이러한 방송의 공정성 문제에 더하여 '낙하산 사장'이 중대한 문제로 다가온다. 대구MBC의 대주주는 MBC 서울 본사이다. 이러한 소유구조에 따라 그동안 MBC본사 사장이 지역 MBC 사장을 사실상 임명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사장 선임 방식은 지방분권의 관점에서 볼 때 큰 문제가 있다.

중앙집권-수도권 집중체제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서울의 MBC 본사에서 파견된 지역 MBC 사장이 방송을 통해 지역발전에 기여한다는 사명을 충실히 수행할 가능성이 작다. 특히 중앙집권적 사고와 서울중심주의에 빠져서 지역에 대한 애정도 없고 지역을 잘 모르는 인사가 사장으로 임명되어 파견될 경우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한 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사장으로 내려오면 지역방송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경영에서 단기성과주의에 집착하여 지역방송의 장기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서울 본사의 의지에 따른 잦은 사장 교체로 지속가능한 경영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대구MBC의 경우 현행 소유구조 아래에서도 최근 두 번에 걸쳐 대구MBC 내부 인사가 사장으로 임명되었다. 이는 지역방송의 자율성 실현이란 지방분권의 관점에서 바람직한 것이므로 관행으로서 정착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 본사의 일방적 사장 임명으로 파국적 사태가 벌어졌다.

지금 대구MBC 구성원들은 "공영방송 대구MBC의 존망을 건 중요한 싸움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대구 MBC의 장기파업과 뉴스제작 중단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해결하려면, 우선 결자해지의 자세로 MBC서울 본사가 대구MBC 내부 인사로 사장을 새로이 임명해야 한다.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지역MBC와 지역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여 대주주인 MBC본사가 사장을 임명하는 방향으로 사장 선임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역MBC가 서울MBC에 종속된 중앙방송 계열사가 아니라 법률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독립된 지역방송사가 되도록 소유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공정하고 자율적인 지역방송의 진흥은 지방분권 실현에 필수적이다. 지역을 무시한 반분권적 낙하산 인사가 더 이상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구MBC 사태는 대구시민의 존엄성이 달린 문제다.

김 형 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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