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으로 사랑의 유효기간은 6~36개월이라고 한다. 사랑을 할 때 나오는 '사랑의 호르몬'인 페닐에틸아민이나 도파민 분비가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짧으면 6개월, 길어도 36개월이면 끝난다는 것이다.
대구시의 육상에 대한 사랑도 '사람'을 닮았다.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이 1년도 안 돼 식어버렸다.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 개최 후 세계의 찬사, 국제육상도시 지정 등이 이어지면서 한껏 고무돼 당장에 '육상 메카'라도 만들 것 같던 기세와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감동과 환희라는 호르몬 분비가 끊기고, 자아도취의 마법도 풀리자 '육상'은 '오래된 연인'이 돼 버렸다.
2005년 이후 해마다 계속돼 온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가 올해도 열리지만 '대회가 개최된다는 것', 또 '그 대회가 5월 16일에 열린다는 것'을 아는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다. 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주변에서 '대회'니 '육상'이니 하는 말이 오가는 것을 본 적도 없다. 어떻게 이렇게 조용할 수 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육상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떨어진 데도 이유가 있겠지만 대구시의 무관심 탓이 크다. 대구시의 최대 역점 사업이었던 '잔치'가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라는 숙제를 마치자 대구국제육상대회는 이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계륵'이 돼 버렸다.
당장 관중석을 채우는 일부터 문제다. 지난해까지 동네별로, 학교별로 관중을 동원하고도 관중석을 반도 채우지 못했는데 세계선수권대회도 끝나고 홍보에까지 손을 놓고는 어떻게 시민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모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회 준비도 매끄럽지 않다. 대회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전광판, 장내 아나운서 해설 및 진행, 출전 선수 및 종목 소개, 음향 등 경기장 내 방송을 담당하는 이벤트 프로그램(EP: Event Program)을 맡을 방송국조차 정하지 못해 진땀을 빼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준비한다는 애초 계획은 '하면 다행'이 돼 버렸다. 이벤트 프로그램 예산이 삭감된 탓에 EP 비용을 줄이려다 선수권대회 때 함께했던 방송국으로부터 '그 액수로는 할 수 없다'며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대회 방송 중계도 우여곡절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주관 방송사가 파업 등을 이유로 발을 빼 급히 다른 방법을 찾고 있지만 순조로울 리가 없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라는 동력이 사라진 만큼 국제육상대회에 더욱 많은 신경을 쓰고 준비해도 분위기나 관심이 예년만 못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무관심해서 어떻게 지난해 육상선수권대회의 열기를 이어가고, '육상도시'를 만들겠다는 건지 의문이다. 선수권대회가 끝난 지 겨우 8개월 지났는데 말이다. '지난해 시민이 육상의 참맛을 봤으니 올해는 홍보와 관중 동원 노력을 덜 해도 올 것'이라며 자신하고 불구경하듯 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세계선수권대회도 끝난 마당에 대구국제육상대회도 예의상 몇 년 하다 말겠다는 심산이라면 좋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법'이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선수권대회 성공 개최와 국제육상도시 지정 등을 계기로 대구를 육상 메카로 만들고 육상이라는 꽃을 활짝 피워보겠다는 생각이 '정말'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재 대구시가 보이고 있는 육상대회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보면 "대구국제육상대회를 세계선수권대회에 못지않은 수준으로 치르고 카타르 도하, 상하이 대회와 연계해 아시아투어로 발전시켜 '육상 메카'로 만들겠다"고 했던 당시의 호언은 '호들갑' 이상이 아니다. 현재 짓고 있는 대구육상진흥센터가 완공되면 어떻게 할는지도 궁금하다.
육상과 맺은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원한다면 한번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잡은 고기에겐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먹이를 주지 않으면 죽는다. 대구국제육상대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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