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참사' 남의 일 아니다…창문, 스프링클러 설치 안돼
6일 저녁 대구 중구의 한 노래주점. 입구로 들어서자 20여 개의 방이 디귿자(ㄷ) 형태로 늘어서 있었다. 방 안에는 창문이 하나도 없었고, 천장에는 스프링클러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이 주점에는 출입구 1개와 비상구 1개 등 2개의 출구가 있었지만, 비상구가 주점에서 가장 깊숙한 화장실 옆에 설치돼 찾기가 힘들었다.
근처 다른 노래주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미로 같은 내부 구조에 방이 25개나 있어 비상구를 찾기가 어려웠다. 비상구는 화장실의 반대편 깊숙한 곳에 있어 화재 등 긴급사태 발생 시 내부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비상구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곳도 역시 창문은 없었다. 천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녹이 슨 채 방치돼 있었다.
이달 5일 부산의 한 노래주점에서 불이 나 9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등 대형 참사가 발생했지만 대구 지역 노래방 등 다중이용업소도 화재에 극히 취약하다. 대구에도 지난 2008년 북구 한 노래방에서 화재가 발생, 2명이 숨지고 19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고가 있었다.
7일 대구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대구시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노래주점은 2천275곳, 단란주점은 449곳, 유흥주점은 1천424곳에 이른다. 이들 다중이용업소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집중적으로 소방 점검을 받도록 돼 있지만 소방 인력이 부족하고 점검 대상 업소가 많아 실효성 있는 점검이 안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내 상당수의 유흥업소가 소방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0년 개정된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르면 지하에 있는 유흥업소는 면적에 관계없이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문을 연 업소는 지하에 있는 다중이용업소 중 면적이 150㎡ 이상인 경우에만 설치하면 된다. 이 때문에 대구시내 상당수 업소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설치돼 있어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고장 난 상태다.
한 노래주점 업주는 "2009년에 문을 열었기 때문에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업소가 설마 하는 생각으로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소음이 새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밀폐된 공간에 창문이 없는 것도 문제다. 창문이 없는 경우 방안에서 불이 나면 질식사 위험이 크다.
비상구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유흥업소는 출입구를 제외하고 반대편에 비상구를 설치하고, 방마다 안내도를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흥업소는 안내문이 없다. 이 때문에 비상구는 있지만 정작 손님들은 화재 발생 시 우왕좌왕하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시민 김모(44) 씨는 "노래주점에 가면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업소 측이 가르쳐주지도 않는다"며 "화재는 자기 가게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고 했다.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단속과 점검도 중요하지만 유흥업소 건물주가 책임지고 소방 시설을 확실히 해야 한다"며 "손님들도 비상구를 미리 파악하는 등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김항섭기자 suprem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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