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꿈 향해 달릴래요" 가족·쉼터의 따뜻한 손길, 사회 울타리 안
거리를 떠돌던 청소년들이 가족과 청소년 쉼터의 따뜻한 손길 덕분에 사회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술 마시고 방황했던 아이는 알코올 중독자를 치료하는 목사가 되기를 바라고, 학업을 포기했던 아이는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직장을 구했다. 주변의 관심이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이다.
◆ 방황했던 아이들 꿈을 되찾아
이달 1일 오후 7시 대구시 동구 각산동의 한 아파트. 남자 고교생 3명과 상담교사가 함께 사는 이 아파트는 대구의 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전용 쉼터인 '청소년어울림터'다. 이 교회는 정부 지원금 한 푼 받지 않고 대구 동구에서 쉼터 4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20여명의 청소년들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
김형준(18) 군도 한때는 '문제아'였다.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친구들과 몰려 다니며 여러 차례 가출을 하고 무단 결석을 하기 일쑤였다. 김 군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꾸지람을 하면 대들었다"면서 "학교도 싫고, 집도 싫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김 군은 중학교 3학년 때 쉼터에 들어오면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상처를 가진 쉼터 친구들을 만나고, 상담교사와 수시로 대화를 나누면서 억눌렸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고교생이 된 뒤에는 결석 한 번 하지 않는 모범생이 됐다.
김 군은 이제 꿈을 갖게 됐다. 신학대학에 진학해 목사가 된 뒤 알코올 중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김군은 "예전에 아버지가 술을 많이 좋아하셔서 어머니랑 자주 다퉜는데 제가 마음을 바로잡은 뒤 아버지는 술을 끊고 어머니와 잘 지낸다"면서 "저와 비슷한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 "선생님 덕분에 검정고시 합격"
전북 익산이 고향인 이현정(가명'19) 양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집을 나왔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이 양은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인터넷 채팅으로 사귄 친구가 있는 대구로 무작정 왔고 그때부터 '거리 생활'을 시작했다. 이 양은 여관과 찜질방을 전전하며 숙식을 해결했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이 양은 20살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장의 신고로 대구YMCA 가출청소년쉼터에 오게 됐다. 이곳에는 늦게 들어오면 야단치는 엄마같은 선생님이 있었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언니도 있었다. 고교 졸업장을 포기했던 이 양에게 꿈을 심어준 것도 쉼터 선생님들이었다.
이 양은 "선생님들이 '고졸 학력이 있어야 취업할 때 쉽다'고 설득했다"면서 "지난해 겨울에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했고 지난달 최종 합격했다"고 웃었다.
이 양은 지난달 대구의 한 백화점 주차관리요원으로 취업했다. 이 양은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취업도 했으니 인생의 첫 번째 꿈은 이뤘다"면서 "첫 월급을 타면 선물을 사 고향에 있는 할머니와 동생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 청소년 보호는 사회의 몫
청소년전용 쉼터는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보호막이 되고 있지만 숫자는 여전히 부족하다. 대구시가 위탁 운영 중인 가출 청소년 쉼터는 최대 3개월 머무를 수 있는 단기 쉼터 2곳과 2년까지 가능한 장기 쉼터 1곳 등 모두 3곳이다. 비영리단체와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쉼터를 포함해도 6곳에 불과해 가출 청소년들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가톨릭푸름터 강주희 사무국장은 "청소년들이 머물 수 있는 쉼터가 부족한 것은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대구에서 '이동쉼터 버스'의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벌이는 이 사업은 상담원들이 버스를 타고 길거리와 공원 등 청소년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찾아 다니며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직접 만나 상담, 집과 학교, 쉼터로 연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버스는 서울과 대전, 광주에 각 1대씩 전국에 3대 밖에 없다.
대구YMCA 중장기쉼터 심희열 담당자는 "이동쉼터가 있으면 가출 청소년들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고 현장에서 직접 만나 상담할 수 있지만 대구에는 없다"면서 "이제 어른들이 밖으로 나가 방황하는 친구들과 접촉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영화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부모 가정, 결손가정 출신 자녀들이 방황한다고 해서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면서 "가족의 빈자리를 정부와 사회 구성원들이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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