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밖 돋보기] 디베이트

입력 2012-05-03 14:11:09

상대방 발언 잘 듣고 논점 찾아 반박해야 유리

갈수록 토론 수업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토론 수업이라 하면 디베이트(debate)와 디스커션(discussion)을 떠올릴 수 있다. 둘 다 토론으로 번역되는 이 단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토론을 진행하는 과정에 형식이 있고 없음이 가장 눈에 띈다. 디스커션은 발표의 순서와 발언 시간에서 자유롭다. 결론도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디베이트는 발표의 순서와 시간이 정해져 있고 찬성과 반대 의견이 명확하게 나누어진다. 디스커션에 비해 디베이트가 좀 더 까다롭게 여겨지는 이유다.

'케빈 카터를 사진기자 명예의 전당에 올려야 하는가?' 예컨대 디베이트의 주제로 케빈 카터를 사진기자 명예의 전당에 올리는 사안에 대한 찬반 토론이 주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케빈 카터가 누구인가. 케빈 카터는 살찐 독수리 한 마리가 굶주림에 지친 소녀 뒤에서 목숨이 끊어지기만을 기다리는 한 장의 사진으로 1994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사진은 아프리카의 참상을 전달하는 생생한 매개체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굶주림의 참상을 보여준 이 사진 덕분에 긴급구호물품이 지원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 하지만 케빈 카터는 소녀가 죽어가는데도 빨리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는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과연 그런 케빈 카터를 사진기자 명예의 전당에 올려야 할까? 이 주제로 디베이트를 하려면 우선 당시 상황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이 먼저다. 그래야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이 정리되면 찬성이나 반대처럼 같은 의견을 가진 팀끼리 모여 어떤 이유로 그 의견을 가지게 되었는지 생각을 모아본다. 또 발표할 내용 중에 문제점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케빈 카터를 명예의 전당에 올려야 한다는 측과 이를 반대하는 측은 어떤 의견으로 나뉠까. 일반적으로 그 사진으로 인해 수많은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면 명예의 전당에 올리는 찬성 쪽에 설 것이다. 반면에 반대 측은 소녀의 희생을 담보로 사진을 찍은 만큼 결코 선의에서 비롯된 선행이 아니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디베이트에는 다양한 진행 방식이 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입안, 교차 질의, 반박, 교차 질의, 요약, 전원 교차 질의, 마지막 초점 등의 형식을 따른다. 입안은 찬성 혹은 반대 측에서 자신들의 기본 입장을 밝히는 것이다. 입안을 한 후에는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논리적 허점이 드러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교차 질의 순서가 기다리고 있다.

질문은 날카롭게, 답변은 자신의 입장을 잘 옹호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교차 질의가 끝나면 본격적인 반박의 기회가 주어진다. 서로 반대되는 의견인 만큼 자신의 입장과 선명하게 대비가 되도록 논리적인 반박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팀의 의견을 요약하면서 마무리한다. 발언할 때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전에 조리 있게 말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디베이트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생각하기 등 통합적 사고능력을 필요로 한다. 각 영역 중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이 바로 듣기다. 디베이트는 상대방의 발언 가운데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을 재빨리 파악해 질의와 반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상대방의 발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한다. 따라서 질문이 반복되거나 논점과 관련이 없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또한 이미 해결된 부분에 대해 집착하는 문제도 피해야 한다. 상대방의 발언을 잘 듣고 순발력을 발휘하여 논점을 찾았다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할 수 있다. 디베이트를 할 때 이처럼 형식을 강조하는 이유는 서로의 토론 실력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팀의 구성인원이 다르고 발언하는 시간과 순서가 다르면 어느 팀이 잘하는지 비교하기가 어렵다.

디베이트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소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 책이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경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디베이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도 여럿이다. 팀원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에서 리더십과 협동심을 키우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함께 배우는 과정을 통해 사고력도 발달한다. 모든 교과에서 표현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그 바탕에 디베이트가 있는 셈이다.

송은경(와이즈만영재교육 대구중부센터 원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