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아빠 허리 휘는 날!…장난감車 25만원?

입력 2012-05-03 08:07:27

어린이날을 앞두고 수십만원대의 고가 선물과 해외 여행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부모들의 허리가 휘고 있다.

예전 소박한 선물이나 공원 등지로의 가족 나들이 정도에 그쳤던 어린이날 이벤트가 최근 고가의 IT 제품이나 수십만 원대의 외제 장난감을 선물하는 풍조로 변했고, 일부 부유층에서는 고가 해외 여행 상품까지 선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 관계자들에 따르면 어린이날 선물로 가격대가 높은 스마트폰이나 아이폰이 최고 인기 상품이다. 80만원이 넘는 가격이지만 아이들이 어린이날 선물로 사달라고 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부모들은 가격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자신의 자녀가 친구들과 비교당하는 것을 걱정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1일 대구 동구 율하동의 한 대형 완구점 매장에는 수십만원씩 하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장난감들이 진열대를 점령하고 있었지만 어린이날 선물을 사러온 부모와 아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세 살 아들을 둔 김모(33'여) 씨는 "어린이날 선물로 25만원짜리 장난감 자동차를 구입했다"며 "비싸지만 큰 마음을 먹고 지갑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곳 완구점의 한 직원은 "어린이날에는 평소보다 손님이 3, 4배 많다. 가격이 비싼 편인데도 부모들이 아이들 선물을 사기 위해 멀리서도 찾는다"고 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해외여행 상품도 많이 팔리고 있다. 대구시내 한 여행사가 어린이날을 겨냥해 내놓은 괌과 사이판, 푸켓 등지의 특별 패키지 상품은 한 달 전에 이미 예약이 끝났다. 초등학생 1인당 비용이 60만원선이지만 상품이 없어서 못 판다는 것이 여행사 측의 설명이다.

320만원을 들여 어린이날에 아들(6세)과 딸(5세), 아내와 함께 3박4일 일정으로 사이판으로 여행을 떠나는 고모(40) 씨는 "아이들이 해외여행을 가자고 하도 졸라 2년간 부었던 적금을 깨고 가족 해외 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평소 바빠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에 큰 마음 먹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경북대 노진철 교수(사회학과)는 "일부 학부모들은 비싼 제품을 통해 다른 아이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며 "부모의 과시적 소비 패턴이 자녀들에게 학습되면서 아이들도 부모들의 소비 풍조를 따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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