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근혜당의 과제

입력 2012-05-02 10:59:30

새누리당은 '박근혜당'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당권을 장악한 지난 5개월여 동안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후 급속하게 박 비대위원장 직할 체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총선을 통한 대대적인 물갈이로 '친이계 퇴진'과 '친박계 강화'라는 당내 세력 재편도 성공시켰다.

누가 보더라도 새누리당은 박 위원장이 당을 장악하고 박 위원장의 대선 출마를 위한 진용 구축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15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채 보름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인데도 당 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에 나서려는 중진들이 몸을 사리면서 박 위원장의 눈치를 보고 있다. 박 위원장이 친박계 내부는 물론이고 당내 대선 주자들에게 서슬 퍼런 경고장을 연달아 날리자 당은 한순간에 얼어붙은 듯이 조용해졌다. 이는 새누리당이 철저하게 박 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박근혜당'이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래선가 요즘 박 위원장이 던지는 한두 마디 말에서는 총선 직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면서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겠다는 '결기'보다는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권위주의의 냄새가 강하게 풍기고 있다.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레이저 빔'처럼 강한 시선은 취재 기자들까지 주눅 들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의 오만한 듯한 자세와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듯한 모습을 용납하지 않는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은 약자로 비친 새누리당에 강한 동정심을 발휘, 표를 몰아줬다. 반면 제1당이 된 듯 행동한 야권에는 강한 채찍을 들었다.

상황은 반전됐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들자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총선 민심이 대선으로 그대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을 장악한 친박계는 '지금 이대로'를 외치고 있다.

박 위원장의 '대세론'이 확인되면서 집권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친박계 실세들 간에 주도권 다툼마저 벌어졌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후보를 낙점한 리스트가 유출되기도 했다. 대선이 8개월여 남아있는 상황에서 자리다툼이나 하는 듯한 친박계의 행태에 당내는 물론이고 국민들이 따가운 시선을 던졌다.

박 위원장이 직접 개입하자 당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총선 승리에 이어 펼쳐진 전당대회를 앞두고 축제 같은 분위기에 휩싸여 할 새누리당이 박 위원장의 눈치를 보는 기막힌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새누리당 대선 주자는 박 위원장이라는 사실은 분명해지지만 대선 승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판단이다.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정당과 대선 주자에게 국민들이 더 이상 관심을 가질 리 만무하다.

이제라도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이 민심에 귀를 기울여 변신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또 박 위원장은 대선에서는 다시 바닥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세론에 안주해서는 대선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흥행과 감동 없는 경선'은 박 위원장을 추종하는 소수의 시청자만 공감하는 공허한 아침드라마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1%도 안 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후보라도 경선에 뛰어드는 비박 주자들이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는 누가 도전하더라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 위원장을 넘어뜨릴 경쟁자는 없다. 그럼에도 대선 후보 경선은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무대가 돼야 하고 또 감동을 주는 드라마가 돼야 한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를 요구하는 경쟁자들의 요구에 대해 '선수가 룰을 바꾸자고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내세우면서 무시하는 자세는 더 이상 곤란하다. 결과가 뻔한 경선을 하는 것보다는 그냥 박 위원장을 대선 후보로 추대하자는 것이 대부분 친박계의 생각일 것이다.

자칫 경선 룰을 바꿨다가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에게 아깝게 졌던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어떻게 하면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해서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느냐 고민해야 할 판이다. 박 위원장 스스로 지난 총선에서 감동 있는 스토리를 찾아 전국을 다니지 않았던가. 감동은 연출하겠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가 감동을 주는 것은 각본이 없기 때문이다. 의외의 결과가 아니라 경기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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