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고 은폐에 짝퉁 부품까지 원전 왜 이러나

입력 2012-04-28 07:35:30

고리원전과 영광원전의 직원들이 정품 부품을 빼돌려 베껴 만든 '짝퉁' 부품을 납품받고 업자에게서 뇌물을 받아 챙기다 잇따라 검찰에 구속됐다. 안전이 최우선인 원전에서 이런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당국은 문제가 된 짝퉁 부품들이 지난해 5월 이후 고리원전 3호기와 영광원전에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연 이런 비리가 한두 군데의 원전에 국한된 일인지 의문스럽다.

납품 비리로 이번에 검찰에 구속된 월성원전 제어계측팀장 정모 씨는 지난해 영광원전에서 근무할 당시 짝퉁 '실링 유닛'을 납품받는 대가로 1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실링 유닛은 원자로 출력을 측정하는 내부 계측기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으로 자칫 품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원전 안전에 치명적인 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관련 비리를 수사 중인 울산지검의 한 관계자가 "원전 납품은 비리 복마전 같다"고 한 발언은 국민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에서 알 수 있듯 구속된 정 씨가 현 근무지인 경주 월성원전에서도 이 같은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국내 21개 원전 전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개연성이 충분해 철저한 조사가 요구된다.

현재 국민들 사이에는 '원전=사고뭉치'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국내 원전을 총괄 관리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월 고리원전 1호기의 외부 전원이 12분간 중단되는 큰 사고를 내고도 한 달 넘게 쉬쉬하다 들통나 사장이 물러나는 등 큰 물의를 일으켰다. 그도 모자라 납품 비리까지 만연해 있다니 국민 생명을 담보로 큰 불장난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원전 전문가들은 "100만 개에 이르는 원전 부품의 품질성능 관리가 담당 직원과 업자 간의 고질적인 유착에 의해 얼마든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품질 관리를 소홀히 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대재앙을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정부와 원자력위원회는 한수원 내부의 구조적인 납품 비리를 철저히 조사해 발본색원하고 부품 품질 성능 관리 감독 체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이 같은 총체적 안전 불감증과 고질적인 유착 비리는 정부의 원전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고가 없었고 검사를 통과했으니 성능과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관련자 한두 명을 처벌하는 선에서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갈 생각은 추호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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