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에 왕도가 없다고 했다. 다스림도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절대 권력을 가진 군왕도 아랫사람의 지혜를 구하려 했다. 이를 엿볼 수 있는 사례가 기록으로 남아 있다. 1507년 조선 중종 때의 책문(策問'과거 합격자에게 현안에 대한 답을 구하는 질문)이 그것이다.
중종은 "비록 처음 시작은 잘했더라도 반드시 끝을 잘 맺는 것은 아니니 그 까닭은 무엇인가. 대책을 제시하라"는 책문을 내렸다. 그러면서 왕은 '처음에는 착하지 않은 이가 없으나 끝까지 착한 이는 적다'라는 옛 시경(詩經)의 한 구절을 끄집어냈다. 이에 대해 서른 살의 권벌(1478~1548)이란 문신이 내놓은 답안이 전하고 있다. 권벌은 먼저 '붙잡으면 간직되고 놓으면 없어지며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며 가는 곳을 알 수 없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는 공자의 말부터 인용했다.
그리고 권벌은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갔다. "전하께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 마음을 간직해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또 군주는 마음을 크게 가져야 하는 까닭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마음이 싹트기 전에 간직하고 기르며 싹 텄을 때 반성하고 살펴 사물과 몸에 예속되지 말아야 합니다. 쉬울 때 어려움을 생각하며, 작은 일에서 시작해 큰일을 이루어야 합니다. 시작할 때는 마칠 때를 생각하고 시작을 잘했으면 끝마무리를 잘해야 합니다."
그제부터 4'11 총선 당선자의 국회의원 등록이 시작됐다. 당선자는 금빛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19대 국회에서는 18대보다 1명 많은 300명이 의정 활동을 벌인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148명이 처음으로 여의도 국회에 입성하는 초선의 선량(選良)이다. 5월 30일부터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5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것은 지난 1987년 개정된 헌법과 그 부칙에 따라 1988년 13대 국회가 5월 30일 소집되면서부터다. 의원은 여의도 국회 입성 순간부터 200가지 넘는 혜택을 누린다. 공식 임기 시작까지 42일이 남았다. 그러나 사실상 의정 활동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생애 첫 배지를 단 초선 의원의 각오는 남다를 것이다. 문제는 대구경북 당선자다. 다른 곳과 달리 치열한 경쟁 없이 평생의 꿈을 이룬 탓에 어떤 성적표를 거둘지 걱정이다. 부디 '시작할 때 마칠 때를 생각하는' 마음을 한시라도 잊지 말길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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