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FTA에도 요지부동인 수입 물품 가격

입력 2012-04-17 11:00:28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수입품 가격 인하 효과가 기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가 한'미 FTA 발효 한 달을 맞아 관세가 5% 이상 인하된 품목을 수입하는 203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대다수 기업이 관세 인하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격을 내린 업체는 소매업체가 17.2%, 도매업체 26.2%에 그쳤다. 또 소매업체의 28.6%는 앞으로도 가격을 내리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해 8월 발효된 한'유럽연합(EU) FTA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삼겹살, 치즈 등 총 14개 품목을 대상으로 협정 발효 전후 4개월씩의 가격을 조사했더니 전반적으로 가격 인하 효과가 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삼겹살(11.8%) 등 6개 품목은 가격이 오히려 올랐다. FTA로 수입 물품의 가격이 내릴 것이라는 정부의 홍보와 달리 FTA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를 수입업자들이 독식하면서 정작 소비자는 아무 혜택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수출 대기업은 FTA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한'미 FTA 발효로 자동차, 전기'전자는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 늘었고 특히 대미 수출 증가율은 무려 12.4%에 이른다고 한다. 섬유, 기계류도 한'미 FTA 훈풍을 만끽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 한 달밖에 안 됐다고는 하지만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갖기에 충분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FTA 무용론이 더 확산되기 전에 정부는 신속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발표한 대로 수입품 가격 동향을 점검해 공개하되 일상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가격 인하가 이뤄지도록 직'간접적인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리고 대리점 등에 관세 인하 전 판매가격 유지를 강요하는 수입업자의 불공정 행위도 철저히 적발해 엄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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