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몸집 경쟁
'냉장고, 몸집은 불리고 전기요금은 낮춰라.'
직장인 이경희(43'여) 씨는 최근 냉장고를 구입했다. 직장 때문에 바쁜 이 씨는 일주일치 식료품을 한꺼번에 사다보니 냉장고 용량이 항상 부족했던 것. 이 씨가 지난번 냉장고를 구입할 때만 해도 700ℓ대 용량이 가장 큰 냉장고였지만 최근 800ℓ 후반 대 냉장고가 등장하면서 교체시기에 맞춰 큰 용량으로 구입했다. 이 씨는 "이번에 구입한 냉장고는 실제 용량도 커지고 구조도 쓰기 편리하게 만들어져서 일주일치 장 본 식료품을 충분히 넣고도 공간이 남는다"며 "주변에도 맞벌이 부부가 많아 넉넉하게 800ℓ대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가전업계에 냉장고 몸집 불리기 바람이 불고 있다. 맞벌이 부부 증가로 식재료를 한꺼번에 구매하는 생활패턴이 자리 잡으면서 냉장고 용량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 가능하면 많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조도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
◆냉장고도 김치냉장고도 더 크게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전업체들의 주력 냉장고는 700ℓ대 제품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800ℓ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 가전업체들도 줄지어 용량을 늘린 냉장고를 선보이고 있다.
800ℓ급 양문형 냉장고를 처음 선보인 것은 LG전자. 2010년 3월 LG전자의 801ℓ 냉장고가 등장한 뒤 삼성전자도 같은 해 9월 820ℓ, 841ℓ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3월에는 LG전자가 850ℓ 제품을 내놓자 삼성전자가 9월 860ℓ로 용량 경쟁을 이어갔고, 다시 LG전자가 870ℓ 제품으로 현재까지는 최대 용량을 기록하고 있다.
냉장고 대용량화는 소비자들의 생활패턴 변화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한꺼번에 많은 식재료를 구입하면서 냉장고 용량도 함께 커지게 된 것. 가전업계 관계자는 "냉장고 용량이 부족해 작은 용량의 서브냉장고를 구입하거나 김치냉장고를 일반 냉장고 용도로 이용하는 등 대용량이 필요한 가정들이 크게 늘었다"며 "소비자들이 선호하다보니 업체들도 당연히 냉장고 용량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김치냉장고도 용량이 커지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10일 국내 최대인 508ℓ 김치냉장고를 출시했다. 상부 개폐식인 뚜껑형 냉장고의 경우 높이와 공간제약 때문에 용량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지만 스탠드형 김치냉장고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용량 경쟁이 김치냉장고에도 불이 붙은 것.
◆용량 늘어도 전기요금'외부 크기는 그대로
대용량 냉장고가 필요한 소비자들도 외부 부피가 클 것이라는 생각과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구입을 고민하게 된다.
냉장고 용량이 커지면 외부크기도 커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 부피는 크게 늘지 않았다. 차지하는 공간은 그대로면서 내부 공간만 늘리는 것이 냉장고 용량 경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냉장고를 외부 온도와 차단시켜주는 단열재 부피를 줄인 것이 내부 용량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최고급 진공 단열재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해 벽 두께를 10% 이상 줄일 수 있었다. 내부 기계설계를 최대한 간결하게 하는 것도 내부 용량을 늘리는 기술 중 하나다.
가전업체들은 전기요금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능도 대용량 냉장고에 탑재했다. 삼성전자의 대용량 제품에는 고효율 단열재를 이용해 온도를 최대한 유지시키는 기술과 냉장실과 냉동실을 냉각기 2개로 독립 냉각해 효율적으로 냉기를 관리할 수 있어 전기 요금을 줄일 수 있다.
LG전자는 냉장실 도어 상단의 홈바를 기존 용량보다 3배 늘린 '매직스페이스'를 도입했다. 전체를 열 때보다 열손실이 적어 그만큼 전기 요금 걱정도 줄어든다. 스마트 냉장고도 LG전자의 절전기술의 핵심이다. 자동 절전, 심야 절전, 사용자 절전 등 세 가지 절전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스마트 절전' 기능을 적용했다. LG 스마트 서버에서 전기요금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시간대에 냉장고가 스스로 절전 운전을 하는 지능형 전력망 기능도 기본 탑재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800~850ℓ급 냉장고가 최근 빠른 시장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점점 큰 용량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용량이 커져도 외부 부피는 유지하고 전기사용량을 줄이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가전업체들도 꾸준하게 개발하고 있어 앞으로도 용량 경쟁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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