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돈되면 싹쓸이…"이젠 업종제한 필요"

꽃집·안경점·분식점까지 입점…피자·제빵뿐 아닌 전방위 공세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가지만 전통상권 활성화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업종 제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돈 되는 업종은 모두 있습니다.'

14일 오후 수성구 한 대형마트. 장을 본 주부 이성경(39) 씨는 주차장으로 가던 길에 꽃집을 발견하고는 꽃 화분 하나를 구입했다. 이 씨는"봄도 되고 해서 집에 화분을 두려고 맘먹고 있어서 하나 샀다. 예전에는 화훼단지를 가기도 했는데 꽃집이 눈에 띄어서 들어왔다"고 말했다.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형마트내 취급 업종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달부터 대형마트와 SSM의 의무휴업이 시작되고 있지만 골목상권 활성화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업종을 가리지 않는 대형마트의 문어발식 영업방식에 대한 제한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형 마트의 고유 업종은 신선식품 및 생활용품과 의류 품목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대형마트들은 백화점식 영업에 나서고 있다.

2010년 가격할인 전쟁으로 골목 상인들의 분노를 산 피자와 치킨, 제빵 등 외식 업종은 물론 커피전문점과 악기점, 병원과 여행사 등 취급 업종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인근 상권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달서구 대형마트 인근에서 분식점을 하는 이 모(61'여) 씨는 "얼마 전 마트 안에 프랜차이즈 분식점이 들어오면서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며 "대형마트에 들렀다가 가는 길에 떡볶이를 사가는 손님이 많았는데 손님들이 마트 안 분식점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독립점포를 운영하다 대형마트 임대매장에 들어온 상인들도 있다. 대형마트의 임대 수수료가 평균 15~25% 수준으로 만만치 않지만 골목상권에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성구 한 대형마트에서 안경점을 하는 박 모(56) 씨는"20년 가까이 아파트 단지에서 안경점을 했는데 근처에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마트 안에 안경점이 생기면서 단골을 상당히 많이 뺏겼었다"며 "결국 나도 2년 전 독립점포를 접고 새로 문을 연 대형마트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골목 상권을 침해하는 대형마트 내 업종 대부분은 판매 수수료를 지불하고 영업을 하는 임대 매장들이다.

문제는 임대매장 상당수가 지역업체가 아닌 대형프랜차이즈와 수도권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유동인구가 늘어나 우선은 주변 상인들에게 호재지만, 마트내 취급 업종이 늘면 생존권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한국유통학회 회장인 김상현(영남대) 교수는 "임대매장의 경우 대형 프랜차이즈 등 외지업체가 상당수 들어와 있는 부분이 문제가 되는 만큼 지역 업체에 입점 우선권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대형마트의 집객효과를 지역경제에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