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새 국회에 거는 분권개혁의 희망

입력 2012-04-16 09:49:14

선거가 끝났다. 당선자에겐 축하를, 낙선자에겐 위로를 보낸다. 언론은 선거 결과를 지도로 그려놓고 여촌야도, 여동야서로 집약한다. 과거 독재권력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의 선거 양상이 뇌리에 스쳐 왠지 찝찝하다. 집권여당의 많은 잘못들이 치밀한 화장술로 포장되어 비판 한번 제대로 받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한국사회의 미래를 향한 청사진이나 정책 공약이 제대로 논의되지도 않았다. 국회의원 선거가 대통령 선거의 운동원을 뽑는 선거로 전락한 탓인지 유권자 스스로 초라해진다.

아무튼 6월이면 새 국회가 출범할 것이다. 절반 정도가 초선이다. 그래서 참신한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제까지의 경험으로는 그들의 대통령 권력 추종 행태가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정치인의 수준과 유권자의 수준은 상응하는 것이니 실망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선택한 것이니.

그래도 분권운동가로서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특별히 당부할 것이 있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분권개혁을 철저히 해주기 바란다. 지방자치는 주민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민의 생활에 직결된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적 틀이다. 그러나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된 이래 지금까지 형식적으론 지방자치가 실시되었지만 실질적으론 중앙집권체제의 집행 도구에 머물러왔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분권개혁을 추진했지만 강고한 집권 체제는 여전하다.

집권 체제의 틀은 정치-행정-재정의 삼각 고리로 구성된다. 우선 지방정치를 자신들의 영향권에 두려는 중앙정치권력은 지방정치의 자율을 억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정당공천제이다. 국회마저도 대통령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지방의회가 단체장이나 소속 국회의원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인천시나 성남시의 재정 파탄도 지방의회의 견제가 실종된 결과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주민의 삶에 직결된 기초자치에 정파적 이해가 작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처럼 싹쓸이 선거 풍토에서 기초자치 정당공천제는 암적인 존재이다. 부디 국회의원 스스로의 이권을 내려놓기 바란다.

다음으로 지방행정을 중앙행정의 시녀적 역할에서 해방시켜 주기 바란다. 연결고리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기관위임사무이고, 다른 하나는 이와 연관된 국고보조금의 지방비부담의무(보조금의 일정비 율만큼 자체로 징수한 수입을 의무적으로 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제도가 유래했던 일본에서는 이미 기관위임사무가 폐지되어 자치사무와 국가사무로 재분류되었고, 국가사무를 부득이 지방에 위탁해야 할 경우 비용은 전액 국고로 부담하고 있다. 지금 모든 자치단체가 재정 긴장 상태에 놓여 있는 이유 중 하나가 국가가 지방에 시설이나 사업을 강제하면서 비용의 일부만 보조하고 나머지는 지방에 부담을 떠넘기기 때문이다. 기관위임사무와 지방비부담의무를 폐지해야 한다.

셋째 권한 배분에 걸맞게 세원을 재배분하여 자주재정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지방세와 재정 조정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우선 두 종류로 엮여 있는 현행 지방세제를 네 종류로 세분하여 광역시의 자치구나 도의 군 지역에 더 많은 세원을 배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다음 국민이 부담하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중에서 지방으로 배분되는 몫을 더 높이는 쪽으로 지방소득'소비세의 세율을 개편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2006년도에 국고보조금을 일부 폐지하고 비슷한 금액을 비례적 지방소득세로 세원 이양하고 세원 이양에 따른 지역 간 세수 격차는 지방교부세로 조정하는 삼위일체개혁을 실현했다. 제도가 유사한 한국으로선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끝으로 풀뿌리 지역공동체를 해체시키는 획일적인 자치단체 광역화의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 주민들이 자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치단체의 행'재정이 주민에게서 너무 멀기 때문이다. OECD 국가 중에서 기초자치단체의 규모가 가장 큰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규모의 경제에 집착하는 자치단체 통폐합은 21세기 분권형 지역복지사회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상이 19대 국회에 거는 분권개혁의 희망이다.

이재은/경기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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