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마지막 정치인생 걸고 대구 지킬터"

입력 2012-04-12 00:34:09

11일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김부겸 후보가 접전 끝에 새누리당 이한구 후보에게 패배하자 선거사무실을 나서며 당직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11일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김부겸 후보가 접전 끝에 새누리당 이한구 후보에게 패배하자 선거사무실을 나서며 당직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경기 군포에서의 4선을 버리고 대구의 초선을 택한 김부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졌다. 하지만 그의 패배는 값지고 충분히 빛을 발휘한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16대 총선부터 시작된 새누리당 일색의 대구경북 정치권에 굵직한 균열을 일으켰다.

1983년, 대구 미 문화원 폭파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공안기관에 시달리다 첫 아이를 안고 도망치듯 대구를 떠난 그는 "다시 대구 사람이 되겠다"며 '4선 기득권'을 버렸다. 고질적인 지역주의 선거풍토를 깨고, 과거보다는 미래를 보자는 정치철학을 지켰다. 선거운동을 한다기보다 다시 대구 사람이 되는 과정이라 여기고 유권자를 만났다. 새누리당을 공격하려 했지만 그동안 새누리당을 뽑아준 대구시민에게 상처를 줄까 봐 그 칼끝을 내려놓았다.

새누리당 텃밭, 그로서는 사지(死地)나 마찬가지인 대구에서 그는 선전했다. 수성갑은 대구의 '신(新)정치 1번지'고, 상대는 '박근혜 경제과외 교사'로 알려진 3선의 이한구 후보였다. 하지만 김 후보는 민주당 간판을 걸고 40.4%의 지지율을 거뒀다. 수성갑 유권자 10명 중 4명은 김부겸을 선택한 것이다. 17대 조순형(12.12%), 18대 유시민(32%'무소속 출마) 후보보다 훨씬 높은 득표율이다.

김 후보는 선거공보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써놓고는 '불러만 주시면 달려가 직접 뵙겠다'고 했다. 그런 각오였다. 군포 주민이 찾아와 "우리가 만든 3선, 대구가 써먹어 달라"고 의미 있는 지원유세를 펼치기도 했다. 거리마다 달리 내건 '골목 공약'은 신선했다. 분노를 표출한 슬로건이 아닌 '기분 좋은 변화'는 깔끔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변화에 대한 대구시민의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지해 주신 유권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결과에 포기하지 않고 대구를 지켜나가겠습니다. 명분 있는 도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가겠습니다. 마지막 정치인생을 대구에서 끝내겠다는 생각으로 대구를 지키겠습니다."

개표가 완료된 뒤 김 후보가 건넨 앞으로의 각오다. 민주당 당사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쓰던 설움에도 울지 않은 그는 낙선 뒤에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당선보다는 대구 사람으로 먼저 인정받길 바란 김 후보로서는 이번 선거가 새로운 시작이다. 대구의 야권 재건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겠다는 각오다. 이번 기회에 논에 메기 몇 마리 풀어놓자던 '메기론', 여러 당이 골고루 뽑혀 세종시, 과학벨트를 가져간 충청도를 본받자는 '충청론'은 많은 인구에 회자했다.

16대 총선부터 새누리당 독식 구도가 굳어진 대구에 출마한 김 후보는 수성갑에서 40.42%(4만6천413표)의 지지율을 얻었으나 이한구 새누리당 후보(52.77%, 6만588표)에게 뒤졌다. 김 후보는 대구에 남아 야권 부흥의 길을 트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로 지역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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