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창집서 준비하는 자선음악회…'노래사랑봉사단'

입력 2012-04-10 10:11:48

노래사랑봉사단체 단원들이 연습실이자 사무실을 겸하고 있는 막창가게에서 노래 연습 중 작은 하트모양의 제스처를 취했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박동훈 단장.
노래사랑봉사단체 단원들이 연습실이자 사무실을 겸하고 있는 막창가게에서 노래 연습 중 작은 하트모양의 제스처를 취했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박동훈 단장.

9일 오후 7시 30분 대구시 남구 대명3동. 퇴근차량들로 북적이는 도로변 한 퓨전생음악 막창집. 가게 안 간이무대에서 중년 남자가 목청껏 대중가요를 부르고 있다. 이곳은 노래를 통해 불우이웃을 돕는 '노래사랑봉사단'(이하 노사봉)의 연습실 겸 사무실이며, 가게 수익금 전액을 불우이웃 돕기에 쓴다는 점에서 여느 막창집과는 다르다.

"노사봉의 목표는 '모두가 즐겁게 봉사하는 사회'입니다. 노래를 매개로 소외되거나 외로운 이웃과 함께 사랑을 나주자는 거죠."

20대 때 통기타를 메고 거리공연과 라이브카페 아르바이트를 통해 이웃돕기에 나선 경험이 있는 박동훈(44'치과의사) 단장은 그때의 꿈을 실천하고자 2008년 10월 노사봉을 만들었다. 그는 "그동안 사는 게 바빠 못하다가 4년 전 다시 시작했다"고 밝혔다.

노사봉은 현재 정단원 16명과 후원인 및 정회원 35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다양한 직업군의 정단원은 전문음악인이 아니라 노래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며 후원인과 정회원들은 월 일정액을 기부하는 사람들이다. 정단원들은 매주 화요일 일과를 마치면 노사봉 막창집에 모여 노래실력을 가다듬는다. 이때 박 단장은 이들의 음정과 화음을 교정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

"자선공연 수익금과 후원금은 한 푼도 빠짐없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복지관, 어린이재단 등을 통해 결손가정과 중구 홀몸노인 기초생활비와 어린이 꿈 도전 비용으로 기부됩니다."

이렇게 얻은 월 평균 80만원의 정기후원금은 매달 30여 명의 수혜자에게 제공된다. 노사봉은 이외에도 매년 수십 차례 자선모금공연과 노인전문병원 위문공연 등을 하고 있다.

"공연 때마다 단원들은 무척 행복해집니다. 한 명이 홀로 이웃을 도우면 대구시내서 한 명이 좋은 일을 하는 것이지만 거리공연 때마다 십시일반 시민들이 내놓은 작은 정성이 모이면 그만큼 많은 수의 시민들이 이웃을 돕는데 동참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박 단장은 특히 거리공연 때 종이박스를 줍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천원짜리 한 장을 꺼내 모금함에 넣을 때는 가슴 뭉클하다고 했다. 인터뷰 틈틈이 직접 통기타로 단원들의 노래를 반주하고 교정했다. 이외에도 박 단장은 노사봉 공연 때 장비와 사람을 실을 밴 승용차(1천만원 상당)와 막창가게 얻는 비용을 부담했다.

"사실 가게는 적자 낼 때도 많고 단원들의 연습으로 인해 실내가 시끄러워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님들이 좋은 뜻에 쓰라며 후원금을 내고 갈 때는 단원들과 저의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노사봉의 전방위 활동은 특히 지난달 25일 영남대병원 말기암환자를 위한 무료공연에서도 빛을 발했다. 환자 친구들이 마지막 추억거리를 만들고 싶어 요청한 중구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이뤄진 이날 공연에서 노사봉은 병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1인을 위한 공연을 했다.

요즘 박 단장은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노사봉이 제대로 연습할 장소와 정기공연장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그것이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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