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찔끔' 현금은 '수북'

입력 2012-04-10 10:28:16

지난해 유가증권상장사들의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투자는 줄이는 대신 유동성을 확보를 위해 현금을 쌓아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616개사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을 집계한 결과 총 54조3천403억원으로 나타났다. 2010년 말에 비해 4.87%(2조5천246억원) 늘어난 수치다. 1사당 평균 현금성 자산은 같은 기간 841억원에서 882억원으로 41억원 늘었다.

현금성 자산은 통화와 타인발행 수표 등 통화대용증권과 당좌예금 등 현금으로 전환이 쉽고 이자율 변동에 따른 가치 변동 위험이 낮은 금융 상품으로 취득 당시 만기일이 3개월 이내인 것을 말한다.

현금성 자산 증가는 기업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해 자금을 쌓아놨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자금 상황이 좋아졌다기보다는 투자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금성 자산이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전자로 보유액이 2조7천187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사정은 대구경북에서 좀 더 강했다. 한국거래소 대구사무소가 대구경북 유가증권상장사 중 12월 결산 35개사 중 33개사의 현금성 자산을 분석한 결과 2011년 말 1조6천68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0년 1조1천452억원에 비해 5천228억원 늘어난 것으로 45.7% 증가한 금액이다. 현금성 자산 비중이 높은 포스코를 제외할 경우에도 12.1% 증가한 액수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상장사들의 채무상환능력 악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영업이익은 줄었는데 회사채 발행 등이 늘어 이자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달 3일 포스코가 SK텔레콤, KB금융지주를 비롯한 우량주 중심의 유휴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2011년에만 총 7천451억원의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했고 신용등급마저 한 단계 내려서면서 대외신인도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유가증권법인 616개사의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은 4.67배를 기록해 2010년의 5.51배보다 0.84배 낮아졌다. 이자비용에 대한 영업이익의 비율인 이자보상배율은 값이 작을수록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나빠졌음을 의미한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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