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우매한 민주주의

입력 2012-04-10 10:58:29

진나라 시황제는 중국 영토를 통일하는 데 성공했지만, 나라는 안정되지 않았다. 각향의 선비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기 일쑤였고, 뒤에서 수군거리는 대신들도 적지 않았다. 통치자라면 그런 수군거림과 불만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작업은 무척 고달프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지난하지만 바른 지도자라면 그 길을 가야 한다. 그러나 승상 이사는 간단하고 효과 빠른 처방을 내놓았다.

"천하가 안정됐는데 학인들이 나서서 세상을 비난하고 백성을 현혹하고 세상을 어지럽힌다."

분서갱유를 청한 것이다. 이에 시황제는 의약, 복서, 농업 관련 책을 뺀 모든 책을 불태우고, 자신을 비방하는 선비들을 생매장해 버렸다. 그러니까 승상 이사는 '옳은 말'을 하는 대신 '황제가 듣기 달콤한 말'을 했던 것이다.

이사는 분서갱유라는 사탕을 바쳐 진시황제의 '입맛'에 부역했다. 시황제가 죽은 뒤에는 환관 조고의 협박과 회유, 불투명한 자기 미래를 걱정한 나머지 '이해관계'를 좇았다. 변방에서 근무하는 태자 부소에게 나라를 맡기겠다는 시황제의 유언을 폐기하고, 환관 조고와의 이해관계에 따라 막내 '호해 왕자'를 옹립했던 것이다.

이사는 '입맛'과 '이해관계'에 부역했지만, 중국의 위대한 책들은 사라지지 않았고, 이사는 부귀영화를 누리지 못했다. 진나라는 곧 망했고, 승상 이사는 환관 조고에게 살해됐다.

내일(11일)은 투표일이다. 선거철이니만큼 이해관계에 따른 말 잔치가 난무했다. 어떤 진영에서는 대중의 입맛에 부역하기 위해 '기준'마저 허물어버렸다. 무슨 잘못을 저질렀느냐가 아니라 누가 저질렀느냐를 잣대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자기네들을 지지하는 패거리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가에 주목해 '진실'을 버리고 '거짓'을 쏟아냈다. 나라를 망치고, 백성을 도탄에 빠트린 진나라 승상 이사와 다를 바 없다.

다수가 원하면 정책이 되는 것이 민주주의다. 그러나 '한 사람당 한 표를 행사'하는 이 합리적인 제도는 종종 우매한 결과를 초래한다. 옳고 그름이나 사실보다 인간의 이기심과 감성에 호소해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책을 빙자해 대중에게 사회적 뇌물을 뿌려대고, 정의를 빙자해 대중의 분노를 지핀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혓바닥으로 뿌려댄 사회적 뇌물을 국민이 등골로 갚아야 하고, 그들이 지른 불을 우리가 꺼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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