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년 남성의 모습은?
축 늘어진 어깨, 불룩 나온 배, 눈을 맞은 듯 흑백이 버무려진 머리카락 등 몸 어느 한 군데 눈을 둘 곳 없는 아저씨의 모습이 떠오른다. 피 끓는 청춘이 있었는가 싶을 만큼 세월의 흔적은 망가진 몸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가장이자 남편으로 짊어진 책임을 다하느라 뒤돌아볼 겨를 없이 달려온 인생이다. 그저 허리춤에 두툼하게 자리 잡은 비게 살을 보며 인생의 훈장인 양 위로를 삼을 따름이다.
하지만 평범한 50대의 모습을 거부하고 건강미 넘치는 몸을 유지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6일 대구의 한 헬스클럽에서 만난 직장인 박흥규(54) 씨. 굵은 팔뚝, 툭 튀어나온 가슴이 단숨에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그의 건강미는 겹겹이 껴입은 옷으로도 가려지지 않았다. 박 씨는 조각 몸매의 비결을 꾸준함에서 찾았다.
"고교 1학년 때 킥복싱을 배웠는데, 거친 운동이다 보니 기본적인 체력을 필요로 해 역기를 들었습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해 그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계속해왔습니다."
바벨의 무게가 늘 때마다 근육도 커졌다. 솔솔 찮게 재미가 붙자 외국의 보디빌딩 전문 잡지를 구해 매일 운동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단단해지는 몸을 만질 때면 자신감이 생겼다.
1979년 육군 3사관학교 생도 시절, 박 씨는 동기 1천200명 중 최고의 '몸짱'으로 꼽혔다. "그땐 몸을 한 번 만져보자며 동기들이 징그럽게 다가왔죠. 재작년에 30년이 지난 뒤 만난 동기들이 저의 몸을 보더니 몸짱은 죽지 않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더군요."
임관 후엔 장병에게도 직접 시범을 보이며 운동을 권유했다. "당시엔 별다른 운동기구가 없었어요. 동그랗게 시멘트를 굳혀 쇠막대 양쪽에 걸어 만든 역기와 나무로 만든 벤치가 전부였죠. 그 옆에 철봉이 하나쯤 있으면 멋진 헬스장이 완성되던 시절이었죠."
최근엔 연예인들의 식스 팩 열풍에 호리호리한 체형이 인기지만 당시엔 우락부락한 근육 몸매가 남성의 건강미를 상징하던 시절이었다. 한창 운동할 때 팔뚝이 웬만한 남성의 허벅지만 했으니, 길거리에선 행인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하는 것은 당연했다.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자부심도 느꼈다. 그러나 남에게 보이기 위해 몸을 단련한 건 아니었다. 주위로부터 보디빌딩 대회에 참가해보라는 권유를 받을 때마다 손사래를 쳤던 것도 이 때문이다. 스스로 약속한 운동을 하고, 건강을 다지는 것 외에 다른데 목적을 두고 싶진 않았다.
"대회에 나가려면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데, 당장 먹을거리부터 조절해야 합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회식자리며 사람 만날 일도 많은데 그들 앞에서 음식을 가려먹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어요. 평소엔 음식섭취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회식자리에서까지 유별나고 싶진 않아요. 아마 대회출전에 목표를 뒀다면 중도에 운동을 그만뒀을지도 몰라요."
그는 회식 때는 술도 마시고 안주도 배부르게 먹는다고 했다. 대신 다음 날 꼭 운동을 한다는 것. '마음껏 먹고, 반드시 운동 한다'는 것이 37년째 이어온 박 씨의 운동철학이다.
좋아지는 몸을 보는 것이 보디빌딩의 큰 매력이지만 박 씨는 꾸준하게 운동을 하고 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무거운 바벨을 들 때면 잡생각이 없어져요. 힘을 쓰고 나면 머리부터 온몸이 개운해졌는데, 그 기분은 마치 장을 비워내는 느낌입니다."
혈관확장으로 혈액순환도 좋아졌다. 소화도 잘됐다. 박 씨는 보디빌딩을 하고부터 여태껏 잔병치레 없이 건강함을 유지해오고 있다고 했다.
"보디빌딩은 허약하게 타고난 사람도 꾸준한 훈련과 균형 있는 영향섭취, 적절한 휴식으로 몸짱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몇 달, 많게는 1, 2년하고는 실증을 느끼거나 흥미를 잃어 그만둬버리는 것이죠. 좋은 몸매와 건강을 유지하려면 어떤 운동이든 꾸준하게 하는 길뿐입니다."
박 씨는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몸이 대번 알아 온몸이 찌뿌드드하고, 머리도 맑지 않게 된다고 했다. 건강을 유지하는데 운동이 30%, 음식이 30%, 마음이 40%라고 말하는 박 씨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운동하느냐보다, 운동을 하겠다는 마음을 갖는 게 우선한다고 보고 있다.
바쁜 업무에 잠시 몸 관리에 소홀했다는 박 씨는 이날 아들이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준 사진을 보며 다시 바벨을 들었다. "육사를 나와 임관한 지 2년 된 아들이 몸매를 자랑하는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팔씨름을 하면 지지 않았는데 아들의 도전이 거세지니 분발해야겠습니다."
박 씨는 "앞으로 30년 정도는 더 운동을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80대 나이가 된 후에도 건강한 몸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박 씨의 꿈이며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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