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음식 이야기] (15) 식초<1>

입력 2012-04-05 15:19:15

독소 빼내고 체질 균형…다이어트 식품 각광

식초의 새콤달콤한 맛은 '봄'을 연상시킨다. 겨우내 움츠렸던 기운을 생동감 있게 바꿔주는 경쾌한 맛이다. 한방의 음양오행에서도 신 맛(酸)은 木(목)의 기운을 가지며, 신체의 간(肝)과 연결되고, 계절은 봄(春)이라 표현한다.

새콤달콤한 맛은 자연에서는 주로 과일 속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요즘은 무겁고 기름진 마요네즈 대신에 과일을 이용한 샐러드 드레싱이 인기가 많다. 신선한 오렌지, 키위, 딸기 등을 갈아서 천연식초, 꿀, 소금, 올리브유 등을 첨가하면 멋진 소스가 만들어진다.

음식의 맛을 발랄하게 하는 양념 재료인 천연식초는 맛과 영양이 풍부해 양념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탄수화물이 일차적으로 발효되면 술이 되고 이차적으로 발효되면 식초가 된다. 그러므로 무한한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야만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다당류인 탄수화물은 사람의 침이나 엿기름 속에 들어 있는 아밀라아제 등의 효소 작용을 통해 단당류나 이당류 형태로 분해되는데 이를 '당화' 과정이라고 한다. 이 당화 과정을 거친 이당류나 단당류는 누룩이나 효모에 의해서 알코올로 발효되면 술이 된다. 그리고 술이 초산균에 의해 다시 발효되면 마침내 탄수화물의 최종 분해 산물인 식초가 되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포도주를 발효시켜 발사믹 식초를 만들며 미주에서는 사과식초, 동아시아 및 우리나라에서는 곡류를 발효시킨 현미식초가 유명하다.

술과 식초는 모두 탄수화물의 분해산물이다. 술은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고 하지만, 식초는 오히려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는 발효과정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술은 효모나 누룩이 알코올 발효과정에 산소를 이용하지 않는 무기호흡으로 얻어지고, 초산은 산소를 이용하는 유기호흡의 발효과정을 거친다. 술은 당류가 알코올로 발효되더라로 열량은 그 속에 남아 포도당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식초는 알코올이 초산균에 의해 산소를 소비하면서 남아 있는 포도당을 이용하므로 대부분의 열량은 소비되어 없어지는 것이다. 초가 만들어지는 발효과정에서 열량은 없어지지만 사과산, 주석산, 구연산 등의 유기산을 비롯해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식초를 많이 먹으면 인체의 생리리듬이 좋아지며 노폐물의 배설에도 효과가 있어 건강음료와 다이어트 음료로 많이 애용되는 것이다.

우리 몸은 중성을 유지해야 건강하지만 현대인들은 만성과로, 스트레스, 유해음식 섭취, 산성식품인 곡류와 고기 위주의 식습관으로 인해 체내 환경이 산성화되기 쉽다. 이런 산성체질은 면역력 감퇴나 세포의 변이(암), 종양, 아토피 등의 질환이 잘 생기게 된다. 식초는 산성이지만 인체 대사과정에서 알칼리화해 체액의 균형을 이루는 데 큰 몫을 한다. 이 때문에 식초와 함께 알칼리 식품인 발효식품, 신선채소, 해조류 등을 꾸준히 섭취하면 체액의 균형을 이루어 산성체질화를 막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식초는 해독작용. 소염작용, 피를 맑게 하는 청혈작용을 한다. 음식을 조리할 때 고기나 생선에 기생하는 유해 세균을 죽이며, 채소나 과일에 남아있는 잔류농약이나 독소도 정화시킨다. 인체에 들어가면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영양소의 체내 흡수율을 높여주는 데 관여한다. 곰팡이 균으로 인한 피부병의 치료제로도 식초가 쓰이기도 하고 감기에 걸려 콧물이 많이 날 때 식초와 같은 양의 꿀을 섞은 다음 복용하면 콧물이 줄어들기도 한다.

식초는 생활 속에서도 아주 유용할 때가 있다. 생선가시가 목에 걸렸을 때 식초 탄 물을 마시면 가시가 부드러워 잘 넘어간다. 채소를 싱싱하게 살아나게 할 때도 연한 식초물에 채소를 담가 두었다가 사용하면 좋다. 라면을 삶을 때 식초 한 스푼을 넣으면 면이 탱탱해지며 잘 퍼지지 않고, 팥빙수를 만들 때도 식초 몇 방울 떨어뜨리면 얼음 입자가 눈꽃처럼 굳으면서 하얗게 돼 녹는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다. 세제 대용으로도 쓸 수 있다. 조리기구나 조리대의 냄새 제거에도 효과적이며, 싱크대의 물때가 생겼을 때 식초를 충분히 적신 천으로 얼룩 위에 올려 한두 시간 두었다가 소금과 식초를 혼합한 물로 닦으면 깨끗해진다.

신아가 참(眞)자연음식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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