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에 2,600일 병원 가는 사람들

입력 2012-04-03 10:29:20

'공짜 치료' 의료수급권자에 세금이 줄줄…1인당 진료비 일반의 2.7

의료급여 수급권자인 A(54) 씨는 근골격계질환, 위장질환, 정신질환 등으로 6개월간 무려 90개 병의원을 다니며 진료비 656만원을 썼다. A씨의 급여일수는 894일로 6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5개 병의원을 다닌 셈이다.

B(59) 씨는 우울증과 근골격계질환, 위장질환, 피부질환 등을 이유로 6개월간 9개 병의원을 다녔다. 급여일수는 무려 2천656일로 매일 병의원을 15차례 오간 셈이다. 이 동안 351일치의 약을 타가 매일 이틀치 이상의 약을 먹었다.

C(51) 씨는 위출혈, 알코올 의존성 조현병(정신분열증) 등으로 6개월간 4천77만원을 썼다. D(57) 씨는 요도협착, 우울장애, 간질환 등으로 여러 병원을 다녀 6개월간 진료일은 1천509일이었고, 진료비는 1천203만원이었다. 똑같은 약을 중복투여한 날은 433일에 이르렀다. 실제 약을 먹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루 평균 2.5일분의 약을 받았거나 복용한 셈.

이들은 모두 의료급여 수급권자다. 의료급여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생활이 어려운 국민을 위해 국가가 치료비의 전액이나 일부를 지원해 주는 제도.

하지만 수급권자와 의료기관이 의료급여를 악용해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 대구의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2009년 11만4천 명에서 지난해 11만2천 명으로 2천 명가량 줄었지만 진료비는 2천822억원에서 3천207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3천435억원에 이를 전망. 대구시 한 해 예산의 6.2%를 차지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급권자는 '내 돈 나가는 게 아니니까', 의료기관은 '당신이 돈 내는 것도 아니니까'라는 식으로 의료급여를 이용하다 보니 매년 1인당 진료비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 1인당 진료비는 92만6천원인데 비해 의료급여 수급권자 1인당 진료비는 2.7배나 많은 264만원이다.

의료급여비 중 80%를 국비로 지원받지만 매년 대구시가 부담해야 할 20%를 확보하지 못해 부족한 돈이 쌓여가고 있다. 올해 말이면 350억원이 부족하고 내년 1월이면 700억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자 대구시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질병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병의원을 이용하거나 약을 중복 투여하는 문제점을 막기 위해 '의료급여 관리사'(간호사) 25명을 배치, 1대1 맞춤 관리를 하기로 했다. 시범적으로 의료급여 사례 관리를 통해 1인당 진료일수와 진료비가 각각 1.9%, 4.0%씩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한시적이고 일부 대상자에만 적용되는 의료급여 관리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수급권자와 병의원을 일일이 조사해 과잉 의료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 이 때문에 대구시는 '의료급여 지역 실무단'을 구성해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이 의료기관에 가는 것을 줄이고 대신 복지서비스와 연계해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영애 대구시 보건과장은 "복지서비스와 연계해 장기입원자들이 병의원 대신 요양시설이나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하도록 유도해 의료기관 의존도를 낮추고,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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