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들, 지역기여 눈감았다

입력 2012-03-30 11:17:56

대형마트들이 지방 경제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장악하며 해마다 매출이 오르고 있지만 자금의 역외 유출은 물론 지역 물품 구매나 인력 고용 등 지역 기여도는 바닥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돈 먹는 하마 대형마트, 지역 기여도는 0점

대구시가 28일 밝힌 2011년 지역 대형소매점(대형마트+백화점) 지역 기여도 실적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은 지역 업체 용역발주 비율, 지역금융 예금실적, 잔고 등 전반적인 부문에서 백화점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와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지역 금융에 예치한 정기예금은 각각 300억원, 500억원 규모다. 반면 이 기간 대형마트 정기예금은 롯데마트(3억원)가 유일했으며 이마트, 코스트코홀세일, 홈플러스는 0원이었다.

평균잔고 규모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현대백화점 500억원, 동아백화점 101억원, 롯데백화점 20억원 등 백화점은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의 평균잔고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형마트의 경우 롯데마트와 코스트코는 0원, 이마트는 15억원에 불과했고, 그나마 홈플러스가 153억원을 기록했다.

용역서비스 지역 발주 서비스 비율도 동아백화점(57.1%)을 제외한 롯데, 현대는 100% 발주했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경우 롯데마트 67.6%를 제외하곤 아예 없거나 20%대에 머물렀다.

지역 내 대형마트들의 지난해 매출이 1조8천460여억원으로 백화점 업계 총매출 1조5천680억원을 상회하는 것을 감안하면 수준 이하의 지역 기여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역 진출 대형마트 중 점포당 손익분기점 달성 소요시간(5년)을 넘은 곳이 절반(20개 점포 중 12곳)을 넘는다는 점에서 기여 수준을 훨씬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점포 한 곳당 연간 100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새 점포를 연 뒤 5년이 지나면 초기 투자자본금을 모두 회수한다. 현재 대구는 1997년 홈플러스 칠성점이 문을 연 이래 20개의 대형마트가 성업 중이다. 개점한 지 만 5년이 지난 점포는 12곳에 달한다.

◆대구시 대책은

대형마트에 대한 비난 여론은 높아지고 있지만 대구시 등 지방 정부의 대책은 한계가 있다.

모든 결정 권한을 가진 본사가 서울에 있고 영업 전략도 백화점과 달리 지역 친화 정책이나 차별화 정책 없이 저인망식으로 골목 상권 장악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이달 실시한 지역 기여도 조사에서 매출 상승에 따른 비난 여론을 의식해 매출을 축소 보고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출발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백화점과 달리 대형마트들은 지방 정부나 지역 여론에 거의 귀를 막고 있다"며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지방 상권 장악률을 감안하면 거의 '먹튀'식의 영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대구시가 마련한 유통 대기업 지역기여도 가이드라인도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당시 시와 유통대기업 지역 대표들은 지역생산품 매입 비율을 대형마트는 매출의 30%, 백화점'쇼핑'아울렛은 매출의 20%, 인쇄물과 용역서비스 발주는 각각 70% 이상에 합의했으나 권장 사항에 불과해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29일 유통상생발전협의에서는 유통대기업과 전통시장 자매결연, 유통 대기업의 기부 및 소상공인 지원 등 다양한 논의가 있었으며 기여도가 미흡한 유통 대기업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제재 수단을 찾겠다"고 밝혔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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