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의성마늘국제연날리기대회] 하늘이시여! 바람을 일으켜 흥하게 하소서

입력 2012-03-29 14:09:22

풍백이시여! 바람을 발(發)하여, 흥(興)하게 하소서! 1천 300여 년 전 행해졌던 바람을 부르는 희귀한 제천의식인 '기풍제'(祈風祭)가 의성에서 재현된다. 세계의 연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이번 대회에서 바람은 중요한 요소다. 의성 주민들은 요즘 국제연날리기대회의 성공을 위해 "바람아! 멋지게 불어라"고 염원하고 있다.

◆바람을 부르는 기풍제

'2012 의성마늘국제연날리기대회'는 바람을 부르는 기풍제를 올리면서 시작한다. 다음달 13일 오전 11시 의성군 안계면 구천교 연날리기대회장에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이색 기풍제가 열린다. 기풍제는 비를 부르는 기우제(祈雨祭)와 추위를 기원하는 기한제(祈寒祭) 등과 함께 고대 우리나라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제천의식이다.

중국의 기풍제는 삼국시대 촉나라의 제갈공명이 적벽대전을 앞두고 동남풍을 부르는 기풍제를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는 1천300여 년 전 후삼국 시대에 왕건과 견훤의 군사가 서남해 바다에서 격돌할 때 적선을 공격하기에 유리하도록 바람이 불기를 기원하는 풍제를 올렸다. 이 장면은 TV 드라마 '태조 왕건'에도 소개됐다.

그러나 기풍제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기록은 17세기 일본을 다녀온 통신사의 일기 중 기풍제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기풍제는 '풍랑이 잦아들기를 비는 의식'이다. 따라서 이번 의성에서 올리는 기풍제는 '의성마늘국제연날리기대회'의 성공을 기원하는 고유제 형식이다. 역사적으로도 보기 드문 '바람몰이' 기풍제다.

의성지역의 고대국가인 조문국(召文國) 주술사의 대북 천지울림으로 시작한다. 세계 27개국이 참가한 국제대회임을 하늘에 알리고, 바람을 일으켜주기를 소원하는 '기원무'(祈願舞)와 '바람몰이 춤'(風舞)을 춘다. 이어서 의성의 유림과 국내외 참가선수들이 함께 순풍(順風)과 풍년(豊年)을 바라는 기원문을 낭독하는 등 기풍의식을 펼친다.

제단에 술과 떡으로 제사상을 차리고 전통 기풍의식 차림으로 하늘과 바람의 신 '풍백'과 '영등 할미'에게 연을 잘 띄울 수 있도록 바람을 일으켜 주기를 소원한다. 한국연협회 리기태 회장(전통연 명장)은 "제발 대회기간인 사흘 동안 연날리기에 가장 적합한 초속 5m의 바람이 불어주면 더 바람이 없겠다"며 바람몰이 기풍제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지평선 아득한 안계평야…장애물 없고 적당한 바람

♣연날리기 최적 장소 안계면 위천둔치

의성군 안계면 위천둔치. 지평선 아득히 안계평야가 펼쳐진다. 눈이 시원한 평지라 연날리기에 걸림돌이 될 아무런 장애가 없다. 게다가 연날리기에 적당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연날리기에는 '천혜의 장소'다.

이곳에서 세계의 연 전문가들이 모여 화려한 연의 군무를 펼친다. 의성군은 이곳 일대를 곧 생태환경공원으로 만들 예정이다. 국제연날리기 대회를 하기에는 금상첨화다.

의성국제연날리기대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외국 연전문가들의 참가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는 의미다. 대회 관계자는 "올해는 외국인들의 참가신청이 너무 많아 곤혹스러운 실정"이라고 말한다.

리기태 전통문화단체 한국연협회 회장은 의성국제연날리기대회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쏟고 있다. 이 회장은 '왜 국제연날리기대회를 의성에서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의성이 내륙 쪽으로 최적의 장소를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처음 대회 장소를 본 순간 '이렇게 넓고 훌륭한 장소가 있었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위천둔치 한가운데 서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 보았다. 풍속계로 확인한 결과 초속 5~6m였다. 만족스러웠다. 보통 연날리기에는 초속 4~5m 정도의 바람이 불어 주면 된다. 나침반으로 체크를 해보니 분명 서쪽을 향한 북서풍이다. 본 대회일인 다음달 13일부터 3일 동안 계속 불어 주기를 고대한다"고 기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