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빈' 앞산 맛둘레길…외관 치장 막대한 돈 쏟아부어

입력 2012-03-27 10:37:27

정작 음식 콘텐츠 개발엔 소홀…독지가 기증한 표지석도 이전

대구 남구청이 현충삼거리~앞산빨래터공원 1.5㎞ 구간에 100억원을 들여
대구 남구청이 현충삼거리~앞산빨래터공원 1.5㎞ 구간에 100억원을 들여 '앞산 맛둘레길' 사업을 하고 있지만 먹거리 문화 개선보다는 보도 확장 등 외관 개선에 집중적으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앞산 먹거리마을 표지석.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앞산 먹거리마을 표지석.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남구청이 거액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앞산 맛둘레길' 사업에 정작 먹을거리 문화는 빠진 채 보도 확장이나 외관 조성에만 돈을 쏟아부어 식당가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남구청은 2014년까지 100억원을 들여 현충삼거리~앞산빨래터공원 1.5㎞ 구간에 보행자 중심의 거리를 만들고 경관을 꾸며 100여 곳이 모인 식당가를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식당가 상인들은 구청의 앞산 맛둘레길 사업이 '맛 개선'을 통한 식당가 활성화보다는 도로, 경관 등 외관 조성에만 예산을 퍼부어 본말이 전도된 행정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남구청에 따르면 맛둘레길 사업비 100억원 중 보도 확장 30억원, 야간 보행등 설치 15억원, 인근 옹벽, 교량, 육교 개선 5억원 등 건설 공사 예산이 대부분이다.

앞산 먹거리 마을 번영회 김영수 회장은 "식당가 상인들은 음식 맛과 서비스 개선, 메뉴 개발 등 맛둘레길의 주제인 음식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여주기를 원하고 있다"며 "외관 조성에 치중된 사업비의 일부를 음식 콘텐츠 개발에 투입해야 맛둘레길의 특색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식당가를 찾은 손님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민 김재봉(60) 씨는 "앞산의 먹거리 마을엔 딱히 떠오르는 메뉴가 없고, 수성구 들안길처럼 유명한 식당이 많은 것도 아니다. 외관 꾸미기보다는 이런 단점을 개선해야 손님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유동인구가 적은데도 기존 도로를 축소하면서 보도를 확장하고 있어 오히려 손님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상인 오모(52) 씨는 "앞산 식당가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아 승용차를 이용하는 손님이 많다. 그런데도 구청은 편도 3차로에서 1개 차로를 없애고 보도 확장에 치중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남구청은 앞산 맛둘레길 사업을 하면서 안지랑고가교 인근에 있는 건물 3층 높이의 '앞산 먹거리 마을'이라고 새겨진 표지석도 인근 공원으로 이전키로 해 상인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 표지석은 지난 2004년 새마을운동중앙회 신기진 전 대구남구지회장이 6천만원을 들여 기증한 것으로 상인들은 "거액을 들인 표지석을 철거하다니 씁쓸하다. 체계적인 분석 없이 이름만 바꾼 사업을 펼친다고 상가가 활성화되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남구청 관계자는 "앞산 먹거리 축제 등 관련 행사를 개최해 상가 활성화를 꾀하고 상인들을 대상으로 전문강좌를 운영하는 등 새 콘텐츠를 접목시켜 맛둘레길의 특색을 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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