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창의적체험활동'…대구중앙고와 청구고

입력 2012-03-27 07:42:30

대구중앙고의
대구중앙고의 '인문고전 문학기행'
창의적체험활동 도입 2년째를 맞아 관련 프로그램을 충실히 운영하고 있는 고교들이 주목받고 있다. 청구고 동아리
창의적체험활동 도입 2년째를 맞아 관련 프로그램을 충실히 운영하고 있는 고교들이 주목받고 있다. 청구고 동아리 '자연과 생명과학'의 식물 표본 제작 활동 모습.

지난해부터 새롭게 등장한 '창의적체험활동'으로 신학기 학교현장이 분주하다.

창의적체험활동(자율'봉사'진로'동아리활동)은 해당 학생이 얼마나 학교생활을 충실히 했는지, 자신의 진로를 어떻게 설계하고 활동해왔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다. 대입 기초 자료인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데 바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을 찾아보면 일회성 체험에 그치거나 이 활동 시간에 자습을 하는 등 창의적체험활동이 겉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창의적체험활동을 알차게 운영하는 고교들이 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몰린다는 수성구 고교들 틈바구니에서 특색 있는 창의적체험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구중앙고등학교와 청구고등학교가 그곳이다.

◆인문학의 향기를 느껴보다, 대구중앙고

"교과서 속에서만 보던 이육사 선생의 숨결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기회였어요."

대구중앙고 3학년 최예린 양은 지난해 11월 학교에서 마련한 '인문고전 문학기행'에 참가해 이육사 문학관과 도산서원, 하회마을 등을 돌아봤다. 당시 문학기행 주제는 '경북 대표 문인들의 향기를 찾아 떠나다'.

"처음 구경한 안동 하회마을의 '하회별신굿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 69호)는 무척 재미있었어요. 당시 서민들의 해학과 풍자 정신을 엿볼 수 있었죠. 인솔 선생님들께서 사주신 안동찜닭 맛도 최고였습니다."

대구중앙고는 창의적체험활동의 일환으로 독서와 체험학습을 융합한 인문고전 교육을 강조하는 고교다. 2012학년도부터 선지원 일반고로 전환, 성적 우수 학생이 몰리는 인근 수성구 고교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맞으면서 특색 교육에 더욱 신경을 쏟고 있다.

인문고전 교육 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2010년부터 연간 두 차례, 작가와 주제별로 기획해 진행 중인 '인문고전 문학기행'. 국어, 사회, 역사 등 관련 교과 교사들이 참가 희망 학생 40여 명과 함께 문학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현장 체험학습이다.

지난해 6월 학생들은 '향수의 시인 정지용을 찾아서'를 주제로 충북 옥천군과 보은군 일대를 다녀왔고, 11월에는 경북 안동 일대를 찾았다. 학교 측은 문학기행이 일회성 여행에 그치지 않도록 참가 학생들에게 미리 관련 책을 읽도록 해 여행 도중 퀴즈 행사를 진행할 뿐 아니라 각 모둠별로 정리한 사후 보고서도 제출하게 했다.

프로그램 참가 학생 다수가 다음 기회에 또 지원할 정도로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안태환(3학년) 군은 "책에서 본 내용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어 신선한 경험이었다"며 "대입 준비 때문에 마음이 바쁘겠지만 올해도 문학기행에 꼭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는 5월 '가사문학의 산실을 찾아서'를 주제로 전남 담양의 한국가사문학관 등을 돌아볼 예정이다. 11월 찾을 곳은 연암 박지원의 자취를 짚어보는 경남 함양 일대.

참가 교사들 역시 이 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이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알려줄지 교사가 미리 챙겨야 하는 데다 쉬는 토요일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호응이 좋아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안동 문학기행을 이끌었던 이해광 교사는 "학생들에겐 지식이 책 속에 활자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며 "학생들이 문학기행을 다녀온 뒤 학습에 대한 흥미도 높아졌다"고 했다.

대구중앙고는 이 프로그램과 별도로 인문고전 독서 활동도 펼치고 있다. 올해 학교장 필독서로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지정했고 학년별로도 권장 도서를 정했다. 1학년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2학년은 톨스토이의 '부활', 3학년은 오경재의 '유림외사'를 읽고 있다.

대구중앙고 박재찬 교장은 "교사들이 지난해 초부터 '인문고전독서연구회'를 꾸려 연구 포럼을 열고 문학기행을 위한 사전 답사를 하는 등 인문고전 학습 분위기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사회적으로도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문학기행 프로그램을 더 확대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체계적인 진로교육, 청구고

청구고 2학년 박준모 군은 '논술신문반'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사 문제를 토론하고 논술 신문을 제작하는 활동을 펼치는 곳이다. 준모 군의 장래희망은 기자. 그래서인지 동아리활동이 적성에도 잘 맞다.

"제 선택이 만족스러워요. 기자가 하는 일을 미리 경험하는 게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아니잖아요. 게다가 토론과 논술 공부를 병행하니 대입 준비에도 도움이 됩니다."

수성구에 인접한 청구고는 창의적체험활동이 단단히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고교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와 대구시교육청이 '창의인성교육 모델학교'로 지정, 2년째 창의적체험활동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다.

청구고 교육 과정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수년째 인성과 진로교육을 현장에 적용한 EDD(Ego Discovery Development) 프로그램. 기존에 읽기와 쓰기 위주로 진행되던 인성교육에 학생들이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자 2005년부터 영화와 TV 등에서 모은 영상자료를 활용했고, 2007년부터는 진로교육을 포함시켜 운영하고 있다.

EDD 프로그램은 영상자료 활용 수업, 진로발달 단계에 맞춘 '진로교육의 날' 운영 등 두 가지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청구고는 전국 100대 교육과정 최우수교 3회 연속 수상(2003, 2006, 2009년), 2010년 대한민국 좋은 학교 및 전국박람회 최우수교 선정 등 잇따라 상을 받았다.

영상자료 활용 수업은 다양한 주제로 편집한 영상물을 보고 소감문을 작성, 발표하는 시간까지 갖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 이 수업에서는 3월 농촌 총각의 좌충우돌 결혼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내 약혼녀 이야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등을 다루는 것을 비롯해 12월 이상기후로 인한 재앙을 그린 영화 '투모로우'까지 챙겨볼 예정이다. '진로교육의 날'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문 직업인과의 만남'(4월), '전공 학문과의 만남'(6월), '대학과의 만남'(10월), '명사와의 만남'(12월) 등 4단계로 나눠 운영할 계획이다.

청구고 창의인성부장인 설승환 교사는 "그동안 매주 1회 1시간씩 영상자료 활용 수업을 했으나 소감 정리, 발표 등 사후 활동까지 하기엔 시간이 빠듯했다"며 "올해부터 시간표를 조정, 한 번에 2시간 연속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해 훨씬 더 짜임새 있는 수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영상물을 이용하다 보니 학생들의 흥미도 크다. 김형용(2학년) 군은 "일반 수업은 힘들고 지루할 때가 있지만 이 수업은 재미와 감동이 있다"며 "깊이 있게 생각해볼 만한 주제들을 다루니 교과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교과 연계형 진로 동아리활동도 눈길을 끄는 창의적체험활동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동아리는 모두 18개였지만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켜 주기엔 부족했다고 판단, 올해는 숫자를 42개로 늘렸다. 동아리별로 자원봉사에 나서 봉사활동 실적도 쌓고 있다.

청구고 황병성 교장은 "학생들의 인성, 창의력을 키워주고 적성에 맞는 직업, 대학, 전공 선택을 돕기 위해서는 각 학교가 창의적체험활동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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