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골프장 포화상태 '경영난' 도미노
#1. 지난해 말 경북 안동의 한 골프장에 입회금 반환을 요구했던 건설업체 사장 안모(40) 씨는 요즘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입회금 5천만원 반환을 요구했지만 골프장이 막무가내로 버티며 입회금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안 씨는 변호사를 고용해 소송 절차를 밟았다. 안 씨는 소송 과정에서 한 번 더 놀랐다. 이 골프장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회원들이 안 씨외에도 여럿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다.
#2. 대구와 인접한 경남 지역 A골프장은 최근 경영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곳 회원들 중 60%는 대구경북에 주소를 두고 있다. 회원들은 골프장이 자구 노력도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골프장 도산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몇년간 골프장이 급증한데다 회원 모집 실패에 따른 자금난으로 부도처리되거나 회원들이 낸 입회금 반환을 못하는 골프장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골프장 관계자들은 "대구경북에서도 이미 몇개 골프장이 경영난으로 소유주가 바뀌었고 매각설이 나도는 골프장도 많다"며 "입회금 반환을 못해 회원들과 법정 다툼을 벌이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급증한 골프장, 경영난 현실화
지난 2월 기준으로 대구경북 지역 내 운영 중인 골프장 수는 퍼블릭 골프장을 합쳐 무려 43곳에 이른다.
10년 전 10곳에 비해 무려 4배 이상 급증했다.
현재 전국 골프장은 468곳으로 2000년 3월 전국 골프장 수가 130곳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폭증했다. 올해에만 33곳이 새로 문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에 현재 건설 중인 골프장도 김천 베네치아, 애플밸리와 의성 엠스클럽 등 무려 9곳에 이른다.
경북도에 따르면 골프장 건설 인'허가를 위해 검토 단계에 있는 곳도 23곳(고령 4곳, 포항'영천'군위 각 3곳, 문경'경산 각 2곳, 영주'의성'영양'청도'칠곡'울진 각 1곳)에 이른다.
현재 공사 중인 골프장이 개장을 하면 대구경북 골프장 수는 50개를 넘어서며 인'허가 중인 골프장이 개장하면 70개에 이르게 된다.
골프업계 관계자들은 "민간 사업자뿐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지자체들도 수익 사업으로 골프장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내장객 수 대비 골프장 증가는 결국 1990년대 일본처럼 골프장 연쇄 도산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골프장이 급증하면서 신규 개장 골프장은 회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기존 골프장은 내장객 부족으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회원제 골프장의 운영은 아파트 분양과 비슷하다. 골프장 시행사들은 총 공사 비용의 10%의 돈으로 인'허가를 추진한다. 이후 은행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토지 잔금을 내고 공정률 30% 정도에서 회원권을 분양한다. 결국 회원권을 분양한 돈으로 나머지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회원권 분양에 실패하면 개장을 하더라도 막대한 부채를 안게 되고 결국 경영난으로 매각이나 부도처리 될 수밖에 없다.
골프장들은 "골프장이 증가하면서 평일 내장객이 줄어 골프장마다 그린피 할인 경쟁을 하고 있다"며 "내장객은 줄고 그린피까지 내리면서 골프장마다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상태"라고 밝혔다.
◆잇따르는 매각과 도산
골프장 경영난은 매각과 도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9년 성주 헤븐랜드CC가 공매처리돼 롯데그룹에서 인수를 했다. 2007년 6월 개장한 헤븐랜드CC는 지역 시행사인 ㈜연우에서 운영해왔으나 회원권 판매 부진에 따라 시공을 맡은 롯데기공의 지급 보증으로 빌린 700여억원의 공사대금을 갚지 못해 공매 처리됐다.
퍼블릭 골프장인 포항 A골프장은 경영난으로 주 채권은행에서 관리 중이며 군위 지역 B골프장은 공사를 맡았던 시공사에서 지난해부터 운영을 하고 있다.
매각설이 나도는 골프장도 많다.
골프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지역 내 몇개 골프장이 자금난으로 매각 작업을 진행 중에 있지만 인수 가격이 좀처럼 맞지 않아 매각이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에서 대표자가 바뀐 골프장이 13곳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무려 60곳의 주인이 바뀌었다. 2010년 37곳, 2009년에도 33곳의 주인이 바뀌었다.
골프장이 경영난에 빠지면 피해는 회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회원권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뿐 아니라 입회금 반환 시기가 도래했지만 자금난으로 회원들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골프장도 생겨나고 있다.
입회금은 장기부채성 예탁금으로 회원들이 원하면 돌려줘야 한다. 대체로 5년이 지나 급전이 필요하거나 회원권 시세가 급락할 경우 골프장 측에 입회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골프장들은 입회금 반환 요청에 난색을 표시한다. 골프장이 늘어나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회원을 모집해 올해 입회금 반환 신청 시기가 된 골프장은 50곳에 육박한다. 입회금 규모도 3조원대다.
골프장이 늘면서 전체 회원권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달을 기준으로 국내 골프회원권 시장의 시가 총액은 약 21조4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조8천억원에 비해 1년새 4조4천억원 줄었다. 국내 골프장 회원은 모두 19만여 명으로 회원(법인 포함) 1명당 약 2천200만원씩 손해본 셈이다.
국세청이 2009년까지 공개했던 골프회원권 기준시가 추이를 보면 IMF 구제금융 도입 직후 가격이 반토막났던 것과 상황이 비슷하다. 다만 1998년과 현재 상황이 다른 것은 현재의 위기가 골프장 공급 과잉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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