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알자] 녹내장

입력 2012-03-26 07:15:34

소리 없이 찾아와 시신경 손상 "안압 높으면 의심해봐야"

실명을 가져오는 위험한 질환인 녹내장은 자각증세도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정기적인 안과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며, 일단 발병하면 꾸준한 약물치료로 안압을 조절해야 한다.
실명을 가져오는 위험한 질환인 녹내장은 자각증세도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정기적인 안과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며, 일단 발병하면 꾸준한 약물치료로 안압을 조절해야 한다.

회사원 안중호(가명'40) 씨는 얼마 전 직장에서 실시하는 종합검진에서 시신경 촬영과 안압 측정 후 '녹내장'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을 찾았다. 시신경 사진에는 녹내장임을 짐작게 하는 시신경 이상 증상이 보였다. 하지만 안압은 17㎜Hg로 정상범위에 들었다. 안 씨는 평소 안경을 쓰는 것 외에는 눈이 갑자기 나빠지거나 침침한 적도 없었다고 했다.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하게 된다는 말을 들은 안 씨는 답답해하며 담당 의사에게 녹내장의 증상, 원인과 치료에 대해 꼼꼼히 물었다.

◆시신경 손상과 시야 장애가 생기면 녹내장

녹내장은 시신경 손상과 이로 인한 시야 장애가 생기는 시신경병증이다. 높은 안압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며,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도 위험요인이 된다. 녹내장 진단 환자가 우선 이해해야 할 점은 일단 시신경 세포의 손상이 일단 진행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안질환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주된 치료로는 가장 큰 위험요인인 안압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다.

안 씨의 경우 안압은 17㎜Hg로, 정상안압인 21㎜Hg 이하이다. 하지만 각막 두께에 의한 오차가 많이 생기므로 각막 두께를 측정해서 보정을 해야 한다. 근시인 안 씨는 각막두께가 얇아 실제 보정한 안압치는 측정치보다 높은 20㎜Hg였다.

즉 실제 안압은 측정치보다 높은 경우에 속한다. 안압을 정확하게 측정해 본 후 녹내장의 진단에 필요한 검사인 시신경유두 및 망막신경 섬유층촬영, 시야검사를 통해 녹내장성 시신경손상과 시야 장애가 나타나면 녹내장 확진을 내린다.

안압이 서서히 상승하는 원발성 녹내장의 경우 환자가 자각할 수 있는 시력 장애나 통증은 나타나지 않는다. 대개 이러한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방치하다가 말기가 되면 시신경 손상이 진행돼 급격히 시력이 떨어진다. 이렇게 일단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최근 시신경섬유층 사진이나 빛간섭단층촬영 등의 진단기법 발달로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대부분 자각증상 없어서 위험

과거에는 안압이 높아야 녹내장으로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실제 안압이 높지 않아도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과 시야 장애가 나타나는 정상안압 녹내장이 더 흔하다. 따라서 단순히 안압 측정만으로는 녹내장 진단을 내릴 수 없다.

또 안압이 정상치보다 어느 정도 높더라도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과 시야 장애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고안압증'이라고 한다. 안압의 정도에 따라 치료를 결정한다. 안압이 높지 않은 정상안압 녹내장이라도 결국 안압이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을 유발하는 주된 위험요인이기 때문에 안압을 더 낮추기 위해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급격하게 안통이나 두통을 유발하면서 시력이 저하되는 '급성 녹내장'이나 염증이나 당뇨망막증 등의 원인이 있는 '이차성 녹내장'도 있다. 대개의 경우 뚜렷한 원인이 없는 '원발성 녹내장'이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자각증상 없이 말기까지 시신경 손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위험인자로는 고령, 근시, 가족력 등이 있다. 따라서 40세 이상이 되면 안압 검사, 시신경 유두검사를 통해 녹내장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안 씨처럼 안압이 정상인데도 녹내장이 있는 경우에는 심혈관계 질환도 유발요인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안압이 높거나 ▷40세 이상 ▷녹내장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당뇨병, 고혈압 등의 심혈관질환을 가진 경우 ▷근시인 사람은 녹내장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리 주기적인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꾸준한 약물치료로 안압을 조절하는 것이 필수

일단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안압을 적절히 조절하면 일부 시야 장애가 있더라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다. 녹내장은 흔히 치료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틀린 말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비슷하다.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지만 꾸준히 관리하면 실명하지 않고 정상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가 있다.

서서히 진행하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진행을 막거나 늦추기 위해 꾸준하게 치료하며 일생 동안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고 치료를 받아도 별다른 호전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약을 먹기가 불편하다고만 느끼기 때문에 치료를 게을리하거나 중단해서 병원을 다시 찾아오지 않는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시신경 손상은 서서히 계속 진행된다.

말기로 갈수록 시신경 손상이 빠르게 진행돼 치료도 어려워진다. 환자 자신은 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느끼지만 시신경 손상의 진행 여부는 정기적인 안과 검사로만 알 수 있다. 대개 약물치료가 이뤄지며, 안압 조절이 안 되면 수술을 하기도 한다.

비록 녹내장이 유전적 경향이 있다고 하지만 대개 반드시 자식에게 유전되는 것은 아니다. 즉 녹내장은 유전적 경향이 없다고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분자생물의학의 발달로 녹내장을 유발하는 유전자 일부가 알려졌지만 이런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해도 반드시 녹내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에게 녹내장이 유전될까 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특별히 피해야 할 음식은 없다. 다만 스트레스나 몸에 해로운 음식과 술, 담배를 피하고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몸에 좋은 음식이 녹내장에도 좋다. 항산화 기능을 가지고 있는 채소, 과일 등은 도움이 된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안과 김재우 교수는 "일상생활에 주의해야 할 점은 목이 눌리지 않도록 편한 복장을 하고 머리로 피가 몰리는 자세(물구나무서기 등)나 복압이 올라가는 운동(윗몸일으키기 등)은 안압을 올릴 수 있으므로 피하고, 고개를 숙인 자세에서 장시간 작업하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며 "대개 녹내장은 자각증상 없이 검사만으로 시신경 손상 여부와 시야 장애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건강을 유지하며 정기 검사와 꾸준한 약물치료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안과 김재우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