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감귤·딸기 대신 오렌지·통조림…부자도 못 먹는 국산과일

입력 2012-03-20 10:51:00

'비싼 감귤 대신 오렌지나 과일통조림.'

15일 오후 5시 한 대형마트 과일코너. 주부 이주은(33) 씨가 과일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 씨는 감귤 코너와 오렌지 코너를 왔다갔다 하더니 결국 오렌지 몇 개를 집어 들었다. 이 씨는 "오렌지가 하나에 800~900원인데 귤이 개당 400~500원 정도더라"며 "지난해에는 귤을 박스째 사다놓고 겨울 내내 푸짐하게 먹었는데 올해는 귤이 워낙 비싸다 보니 크기 대비 저렴한 오렌지를 샀다"고 말했다.

고공 행진하는 식료품 가격 때문에 대체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국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수입과일의 매출이 크게 늘고, 통조림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오렌지가 6년 만에 대형마트 수입과일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2월 수입과일 매출 구성에서 오렌지가 32.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오렌지 매출 증대의 원인은 국내산 감귤 가격 상승에 있다. 감귤은 올 2월 출하량이 예년보다 30%가량 감소하며 가격이 크게 뛰었다. 14일 전국 평균 감귤(상품'10개) 소매가격은 6천39원으로 지난해 2천919원보다 2배 넘게 올랐다.

지난해 잦은 비로 인해 감귤뿐 아니라 딸기 등 대부분의 국내 과일의 작황이 예년에 미치지 못해 가격이 크게 뛰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과일뿐만 아니라 과일 통조림, 과일주스, 건과일 등도 대체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2월 과일 통조림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5%가량 늘었다. 11번가에서도 같은 기간 과일 통조림 매출이 48% 성장했고, 오렌지, 포도 등 과일주스 매출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약 60% 이상 늘었다.

말린 과일을 찾는 소비자도 많아졌다. 건살구, 건망고 등의 2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증가했고, 특히 말린 자두는 41%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반면 오픈마켓에서 감귤은 지난해와 비교해 판매량이 50%가량 줄었다. 방울토마토와 딸기 판매도 각각 28%, 2%씩 감소했다.

지난해 일제히 가격이 오른 우유를 대체해 두유의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대형마트의 2월 두유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20%가량 상승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신선식품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이 가격은 저렴하면서 영양소나 맛을 지닌 대체식품을 찾고 있다"며 "최근에는 날씨의 영향으로 국내 과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가정에서 디저트를 수입과일이나 가공식품으로 대신해 구매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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