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만 하자?"
이겨서 기분 좋지 않은 게 없지만, 프로야구 시범경기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시범경기 1위가 종종 달갑지 않은 정규시즌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 라이온즈에게 프로 출범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치러진 29차례의 시범경기(1999'2000년 드림'매직리그 포함)서 모두 4차례 1위에 올랐지만, 이 중 2002년 딱 한 번만 시범경기 성적을 정규시즌으로 이어갔을 뿐 나머지는 몸을 너무 잘 푼 탓인지 정규시즌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1986년과 1988년 시범경기를 1위로 통과한 삼성은 각각 정규시즌서 2위와 4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1996년에는 오버페이스를 한 탓인지 팀 창단 최하위 성적인 6위를 기록했다. 1위를 했을 때 75%의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높은 확률을 기록했지만 딱 한 번의 아픈 기억이 시범경기 1위를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
다른 팀도 크게 다르진 않다. 역대 시범경기서 지금까지 총 6차례 시범경기 1위 팀(1987'1993년 해태, 1992년 롯데, 1998년 현대, 2002년 삼성, 2007년 SK)이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었지만 그 확률은 겨우 21%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1위를 하고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도 11차례(38%)나 있었다. 시범경기 1위가 정규시즌에서 최하위의 수모를 당한 것도 두 차례(1997년 롯데'2006년 LG) 있었다.
그렇다고 최하위도 달가운 건 아니다. 삼성은 1983년과 1989년, 2009년 시범경기를 최하위로 마감한 채 시즌에 돌입해 정규시즌서 각각 4위, 4위, 5위의 성적을 냈다. 2009년에는 3승10패로 시범경기 승률 0.231로 8개 구단 최하위를 기록한 삼성은 그해 정규시즌서 5위에 그쳐 1997년부터 이어오던 1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 13번째에서 끊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시범경기서 너무 힘을 아낀 탓에 정규시즌에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삼성을 비롯한 각 구단은 겉으론 시범경기 성적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전지훈련에서 준비한 다양한 전술을 시험하고,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점검하는 데 시범경기의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범경기의 부진이 시즌 초반까지 이어질까 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은 2005년과 2006년 연속 우승했을 때 시범경기서 3위와 4위를 기록했고, 사상 첫 3관왕을 이룬 지난해에는 시범경기서 6위를 차지했다. 중간 성적이 다른 팀들로부터 시즌 초반 견제를 덜 받아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선수 중에는 시범경기의 좋은 모습을 정규시즌까지 이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KIA와 두산에서 뛴 외국인 투수 리오스는 2004년과 2007년 시범경기에서 각각 3승과 2승으로 다승 1위에 오른 뒤 정규시즌에서도 17승, 22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했다. KIA 김진우는 2002년 시범경기에서 15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1위를 차지한 뒤 정규시즌에서도 탈삼진 177개를 기록하며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타자 중에서는 삼성 이승엽이 2002년 시범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때린 뒤 정규시즌에서 47개의 대포를 뿜어내며 홈런왕을 차지했다. 한화 김태균은 2008년 시범경기에서 4개의 홈런과 장타율 0.730을 기록한 뒤 정규시즌에서도 31홈런, 장타율 0.622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최근 10년간 삼성의 시범경기와 최종성적
시범 최종
2002년 1 1
2003년 7 4
2004년 4 2
2005년 3 1
2006년 4 1
2007년 6 4
2008년 2 4
2009년 8 5
2010년 2 2
2011년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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