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원고 학생·부모 함께 '가족 디베이트 캠프'

입력 2012-03-20 07:02:09

사진=디베이트가 인기를 끌면서 공교육 틀 안에서 디베이트 프로그램을 소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대구 상원고에서 열린
사진=디베이트가 인기를 끌면서 공교육 틀 안에서 디베이트 프로그램을 소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대구 상원고에서 열린 '가족 디베이트 캠프'에 나선 참가자들이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디베이트(debate'토론) 교육 바람이 불면서 학교 현장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해진 주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팀을 나눠 토론, 승부를 가리는 것이 디베이트. 대구 상원고에서 이색 디베이트를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가족이 함께 디베이트 해요

"가족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16일 오후 7시 상원고에서는 학생들과 학부모 96명이 참가한 가운데 '가족 디베이트 캠프'가 한창이었다. '엄마는 자식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주제 아래 6개 반으로 나눠진 교실을 찾아들어갔다. 부모가 참석하지 못한 학생들은 형제, 자매나 친구가 한 팀을 이루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학교에서 미리 나눠준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온 길이었다.

이날 디베이트는 4명이 한 팀이 돼 두 팀씩 승부를 겨루고, 남은 두 팀은 그 디베이트 과정을 평가해보는 식으로 운영됐다. 평소 다른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동전 던지기로 정해진 입장에 따라 논지를 펼쳐야 하는 터라 초보자인 참가자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직 서투른 탓에 종종 말문이 막히고 멋쩍은 웃음으로 얘기를 마무리하기도 했지만 다들 진지하게 1시간여 동안 디베이트에 임했다.

'엄마는 자식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에 대해 최서연(2년) 양은 찬성팀 입장을 밝혔다. "자신이 낳은 만큼 자녀에 대해 책임을 져야죠. 세계적인 피겨 스타로 발돋움한 김연아 선수도 어머니의 헌신적 뒷받침이 있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잖아요."

서연 양의 어머니 임경미 씨도 거들었다. "자식들은 어머니를 보고 배워 자신의 자녀에게 다시 그 사랑을 대물림할 겁니다. 그러다 보면 세대간 연결 고리도 강해지고 사회도 건강해질 수 있어요."

반대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신경숙의 소설처럼 어머니가 얼마나 희생을 하면서 살아왔는지 되새겨보고 어머니의 삶도 존중해야 한다", "김연아 선수도 모든 것을 딸에게 맞추려는 어머니가 한편으론 부담이 됐을 것이다" 등 반박이 이어졌다.

디베이트가 끝난 뒤 밝힌 소감에서는 신선한 경험이었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한승지(2년) 양은 "친구 어머니와 의견을 다투자니 난감하기도 했지만 재미 있었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번졌다. 승지 양의 어머니 이유리 씨는 "디베이트에 익숙하지 않아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생각하다 상대방 의견을 제대로 들을 틈이 없었던 게 안타깝지만 딸과 함께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했다.

◆공교육의 진화, 디베이트

'가족 디베이트 캠프'는 비판적 사고 능력과 발표력 향상 등 디베이트 본래의 효과 외에도 학부모 참여로 공교육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행사. 16일에 이어 17일에는 '노부모 부양 의무제는 폐지돼야 한다'는 주제 아래 다시 디베이트 실습이 이어졌고, 이번 캠프의 소감과 디베이트의 효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 학부모뿐 아니라 캠프를 참관한 교사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동평초교 오유진 교사는 "머리와 입은 비판적, 논리적이 되게 하면서 가슴은 따뜻하게 자극시켜준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디베이트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도 논의됐다. 16일의 독서 디베이트를 기획한 서부고 이주양 교사는 디베이트 준비 과정에 충실할 것을 조언했다. 이 교사는 "깊은 수준의 독서와 인터넷 검색 자료 분석을 병행하면 주제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고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훈련도 된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각 학교가 디베이트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찾아가는 디베이트 캠프'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시교육청 한준희 장학사는 "디베이트가 단순한 말하기 능력 신장을 넘어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교육방법으로 학교 수업 속에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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