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어떻게 다른가
싱가포르는 모든 정보가 통제되는 도시국가다. 매년 60만~70만 명의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치는 않다. 정부는 물론 병원들도 정보 공개를 극도로 꺼린다. 실제로 몇 년전부터 한국에 이름을 알린 래플즈병원의 경우, 얼마 전까지 거의 매주 한국 시찰단이 방문하는 탓에 이제는 아예 시찰단에 대해 문을 걸어 잠궜다. 공식 방문과 접견이 일절 안되다보니 일부 병원과 지자체, 여행사 등이 몰래 방문해 사진을 찍어대 병원 측이 공식 항의를 할 정도다.
◆경험 많은 의사가 부족
싱가포르의 의료관광객 중 70%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부자와 함께 미얀마, 베트남 등의 신흥 부호다. 나머지 30%는 현지 거주 외국인이 차지한다. 그렇다면 과연 싱가포르의 의료 수준은 이처럼 아세안 지역 부호들이 앞다퉈 찾아올만큼 뛰어날까?
싱가포르에 있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아세안지사 장경원 지사장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말이다. 나름대로 유명한 의사를 초빙해도 계약기간이 끝나면 곧 대우가 좋은 곳으로 떠나버린다. 축적된 의료기술이 없고, 한국처럼 경험이 많은 의사가 후배를 가르치는 시스템도 없다. 장 지사장은 "인구가 500만 명 밖에 안되다보니 다양한 수술 경험을 쌓을 수가 없고, 한국 의사처럼 수술 경험이 많은 우수 의료진은 인건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채용하지 못한다"고 했다.
싱가포르 래플즈병원 마케팅담당인 박세나 씨는 지난해까지 서울 대형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다. 박 씨는 "암이나 중증 질환의 수술은 한국이 훨씬 뛰어나며 싱가포르와 비교하기 어렵다"며 "실제로 싱가포르에 있는 한국 주재원이나 가족들이 암에 걸리면 한국에서 치료받을 것을 권유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만큼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를 찾아볼 수 없다고도 했다.
◆신흥 부호들로 넘쳐나는 싱가포르
병원비도 턱없이 비싸다. 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가면 기본적으로 1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중증질환은 국가가 보험부담을 하지만 이런 가벼운 질환은 고스란이 자부담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는 상시 관리가 필요하지만 국민부담이 너무 커서 병원에 갈 엄두를 못낸다. 결국 병을 키워서 중증질환이 돼야 병원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5만달러를 헤아리고 물가는 한국의 8배에 이를 정도지만 정작 국민들은 가난하다. 대졸 초임이 한국 돈으로 2천만 원 정도에 그친다.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살려면 가족 모두 일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버는 돈은 월 500만원가량. 감기 때문에 10만원이나 내고 병원에 가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병을 키워야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가 싱가포르다. 하지만 정부는 정책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싱가포르는 한국과 의료시장의 모델이 완전히 다르다는 뜻이다. 영리병원 중심의 싱가포르는 '돈 되는 환자' 위주로 돌아간다. 하루에 환자 20명만 진료해도 지장이 없는 이유는 환자 한 명당 의료비가 비싸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싱가포르는 외국인 환자로 넘쳐난다. 장 지사장은 "최근 들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하면서 의료 욕구가 폭발 직전"이라며 "한국행 의료관광객도 점차 늘고 있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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