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이어 냉장고·비데… '반값 전성시대'

입력 2012-03-20 07:53:21

대형마트·홈쇼핑 등 행사마다 돌풍

'반값 비데, 반값 3D TV, 반값 냉장고. 반값의 끝은 어디'.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제조사가 장악하고 있던 가전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반값' 바람이다. 대형마트, 오픈마켓, 홈쇼핑 등 유통업체별로 '반값' '쇼킹' '통큰' '올킬' 등의 저렴한 가격을 강조한 이름의 TV와 PC 등이 등장, 출시 때마다 돌풍을 일으키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냉장고, 비데 등 백색가전으로까지 확대된 반값 시장은 유통업체들의 주도하에 점점 몸집을 키워가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제조업체가 대형유통업체에 종속될 수도 있다는 등 새로운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반값 가전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반값 가전의 시작은 TV다. TV는 양대 제조사가 독점하다시피 한 시장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TV의 98%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중반부터 이마트, 롯데마트가 출시한 저가 TV가 출시하기 무섭게 완판되면서 반값 가전이 주목받았다.

이들은 대형유통업체와 중소기업 간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기획제품들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신제품 기획과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을 쓰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기존의 제작과정을 통해 필요한 사양만을 갖춘 TV를 만든다.

여기에 대형유통업체들의 막강한 채널을 이용한 홍보'마케팅으로 중간비용이 크게 줄면서 대형 제조업체 제품보다 최고 50%나 저렴한 반값 TV가 탄생하는 것이다.

반값 TV는 유통업체와 중소기업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조를 지녔다. 브랜드가 약한 중소기업은 대형유통업체와 연계해 손쉽게 마케팅을 하고 A/S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졌다. 유통업체들도 반값TV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얻는 이익은 물론, 반값 TV 열풍으로 추가 고객을 유입하는 효과도 얻고 있다.

◆TV에서 비데, 냉장고로. 이제는 가구, 의류까지 반값

TV로 시작된 반값 열풍은 최근에는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백색가전까지 확산되고 있다.

TV 다음으로 등장한 반값제품은 노트북과 태블릿PC다. TV로 톡톡히 효과를 본 11번가, G마켓, 옥션 등 오픈마켓이 새로운 반값 열풍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제품군이 다양화되면서 3D TV도 출시했다. 3D TV라는 최신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출시되면서 대형제조업체 제품에 비해 사양이 낮다는 기존 반값 제품에 대한 편견을 깼다.

11번가는 19일 '쇼킹 TV 3D'를 선보였다. 품질과 설치, AS 등은 11번가가 대우일렉서비스를 통해 책임 관리하고, 전문 기사가 고객의 집에 방문해 무료로 제품을 설치해 준다. 또 '무결점 선언'을 통해 제품을 받은 뒤 결점이 발견되면 무료 반품 및 교환을 책임지고, '안심보장 서비스'로 소비자 직접 과실에 의한 제품 고장도 90일 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했다.

G마켓과 옥션 등 다른 오픈마켓들도 속속 3D TV를 선보이고 있다.

백색가전 시장에도 반값 신드롬이 시작됐다. 옥션은 최근 비데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에어컨도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자레인지, 커피메이커 등은 물론 가구, 의류 등에도 반값 열풍이 확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유통업체별로 가전뿐 아니라 가구, 의류 등의 생활용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에까지 기획제품 출시를 제안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측에서도 탄탄한 유통망을 가진 이들 업체의 제안을 대부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앞으로는 더 많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제조업체가 대형유통업체에 종속될 수도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제품군의 반값 가전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하루 이틀 차이로 같은 제품군의 반값 아이템을 선보이는 등 유통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반값 시장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값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10여 개 유통업체들 간의 경쟁으로 중소제조업체들이 대형유통업체에 종속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이들 제품이 이벤트성 판매에 그치면서 대형유통사 기획에 맞춰 생산시설을 확충한 중소기업들은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것.

중소제조업체 관계자는 "기존 제품을 내놓는 경우는 괜찮지만 유통업체와의 기획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 경우 '200대 한정 판매' 같은 식으로는 재고가 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값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시선도 갈린다. 기획제품들이 모두 '반값'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만큼 일부 제품에서 불량이 발견되면 반값 시장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이 반값 상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가격 대비 성능' 때문"이라며 "한 두 개 제품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소비자들의 뇌리에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이 박혀 반값이라는 이름표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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