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빠사나<불교 전통 수행법>' 수행, 나를 깨치다

입력 2012-03-19 07:37:26

대연 스님이 천천히 걸으면서 자신을 관찰하는
대연 스님이 천천히 걸으면서 자신을 관찰하는 '위빠사나' 시범을 보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최근 대구경북 유일의 '위빠사나'(불교 전통 수행법) 전문 도량이 마련됐다. 경북 영천시 청통면 애련리에 자리한 인오선원. 대구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다. 마을 안쪽 언덕배기에 있는 이 선원(禪院)은 기와에 하얀 벽면으로 지어져 첫인상이 다소 이색적이다. 인오선원은 25일 낙성식을 앞두고 아직 외곽에서는 자그마한 공사가 한창이다.

이 선원 주인장인 대연 스님이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자신이 평소 꿈꾸었던 위빠사나 수행 공간을 마침내 마련한 덕분인지 싱글벙글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인오(印悟)선원은 이름 자체에도 스님의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노(老) 스님과 은사 스님의 법명 뒷글자를 따서 만들었다는 것. "두 분이 그 누구보다 깨끗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런 삶을 본받기 위한 다짐이죠."

아직 위빠사나 수행을 정식으로 열지 않았지만 스님과 인연이 있거나 알음알음해서 10명 남짓 찾아온다. 이들은 금요일 오전이나 둘째, 넷째 일요일 오후에 수업을 받고 있다는 것. 하지만 수행을 원하는 이는 연락만 하면 수시로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위빠사나는 무엇일까. 위빠사나는 불교 전통 수행방법으로 딱히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 위빠사나가 퍼지기 시작한 것도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위빠사나 수행 도량이나 동호회도 많이 생기는 등 활발하게 배움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지역에서는 아직 위빠사나가 생소한 실정이다. "이전에 몇몇 뜻있는 스님이 위빠사나 수행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가르쳤지만 위빠사나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해 중간에 흐지부지됐죠. 이번에 전문 수행공간을 만든 것은 제대로 한 번 위빠사나를 보급시키고 싶어서였어요. 이를 위해 목탁도 없애고 일반 사찰에서의 의식도 모두 없앴죠. 오직 수행과 교리 강좌를 하기 위한 공간으로만 활용할 겁니다."

위빠사나는 존재에 관한 올바른 견해를 통해 지혜의 완성에 이르는 방법이다. 우리가 존재하지만 이 존재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내 것이라는 집착의 대상이 되는 것이 없다는 것. 자아라는 것이 고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집착이 없어지고 욕망과 시비가 적어진다. 이로써 살면서 불편한 일이 없어지는데 이런 과정이 위빠사나라는 것이다.

"위빠사나는 육신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영원불멸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죠. 위빠사나는 부처 경전에 나오는 수행 방법입니다. 참선이 스승이 주는 주제(화두)에 몰입해 수행하는 방법이라면 위빠사나는 존재의 현상을 관찰해서 지혜를 얻는 방법이죠. 결국, 일상생활에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수행법이라 할 수 있죠." 스님은 예를 들었다. 숨을 내쉴 때도 여러 가지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매번 관찰하면 단 한순간도 똑같을 때가 없다.

수행 자세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얼마나 충실하게 정신을 집중하느냐에 달렸다. 초보자는 참선하듯이 앉는다. 허리를 펴고 가장 편안한 자세인 평좌를 하면서 자신을 계속 관찰한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전체적인 수행 방법이 달라진다. 천천히 걸으면서 수행하기도 하고 궁극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한다. 이런 수행을 반복하면 존재의 본질을 바로 알 수 있어 탐욕과 번뇌를 완전히 쉬어버리고 삶의 매 순간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증득(證得)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위빠사나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많이 찾아와서 이곳에서 편안하게 수행하는 것이죠." 대연 스님의 목표는 소박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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