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각본' 짜놓도 강행…새누리 대구 공천 지연에 유권자 무시 처사
대구지역 한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한 방송토론회에서 "새누리당은 대구지역 공천이 곧 본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공천자 발표가 차일피일 늦춰져 투표일이 한 달도 남지 않았음에도 절반이나 공천자를 정하지 못한 데 대한 해명이었지만 '새누리당이 공천자만 정하면 그 사람이 그대로 당선된다'는 뜻으로도 들렸다.
민주통합당 인사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대구 유권자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가 아니냐"며 비판했다.
지역에서 이런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원인은 새누리당이 대구지역 공천을 확정하지 못하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대구 공천에서만은 친박계 살리기 내지 친박계 심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갈팡질팡하는 대구 공천 지연의 배경도 이 때문이다.
대구 공천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부의 불협화음 때문에 한 외부 공직후보자추천위원은 중도 사퇴 여부까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오후 기자와 만난 친박계 소장 핵심 인사도 "(친박계가) 칼을 빼 들었는데 좀 휘두르면 어떠냐"고 말했다. '친이계 공천 학살' 후폭풍이 김무성 백의종군 효과로 숙지면서 '반발은 없다'며 자신들의 의도대로 대구 공천을 밀어붙이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또 한 서울지역 신문은 16일 한 공천위원과의 전화 통화를 소개했다. "지금 공천은 진흙탕 같다. 이렇게 된 것은 대구경북, 서울 강남의 기득권, 그 중 친박계의 기득권 지키기 때문"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또 "당초에는 5일 (수도권 친이들을 대거 탈락시킨) 발표 뒤 바로 대구'경북에서 친박들을 대거 잘라내기로 방향이 정해져 있었는데 반발에 부닥쳤다. 외부 위원들은 대구지역 의원 12명 중 9명을 바꿀 것을 제안했지만 '그러면 선거를 못한다'며 친박계 인사들을 살려야 한다는 압력이 강하게 들어왔다"고 밝혔다.
대구 사정을 모르면서,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공천의 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려고 했던 공천위도 문제지만 친박계만 최대한 살리려고 저항한 친박계도 문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런 발언대로라면 새누리당이 대구는 텃밭이니 현역 의원 물갈이 숫자 채우기 시범지역으로 사전에 정한 것이 된다. '영남권 현역 70% 교체설'도 그 와중에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현역을 대거 탈락시키고 그 자리에 초선들만 포진시킬 경우 대구가 부산에 항상 밀리는 현상이 18대 국회에 이어 재연되고 '정치 변두리'로 전락한다는 반발 여론이 비등해지자 '일단 스톱'된 것이다.
공천위의 '사람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도 질타를 받고 있다. 대구 달서갑에 공천을 신청했던 이영조 씨는 강남을로 옮겼지만 공천 취소됐고, 경주의 손동진, 포항의 김형태 후보도 취소 위기에 몰려 있다. 이들 모두 친박계 인사라는 것 빼고는 공천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지역 여론이다.
총선 후보 등록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대구는 출마 후보의 절반밖에 정하지 못했다. "2주일 동안 선거운동하고도 당선됐다"는 자랑(?)이 17대와 18대에 이어 19대 국회에서도 대구 출신 국회의원들에게서 나올지 모른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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