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47회 대구 전국기능경기대회

입력 2012-03-16 07:05:09

386세대에게 '카퍼레이드'는 아주 익숙한 광경이다.

태극기의 물결 속에 오색 종이가 휘날리는 가운데 무개차(無蓋車)에서 손을 흔드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들도 조국 근대화의 영웅으로서 국민적 환호를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기술'기능에 대한 관심이 점차 사회에서 멀어지고 막연한 학력위주의 사회 풍토가 조성됐다. 산업현장에서는 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고 청년 실업률은 높아지는 구조적 실업과 소득의 양극화 현상과 함께 10여 년간 소득 2만달러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전국의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문제를 되새겨 본다. 기능인이 우대받던 1970, 80년대만 해도 특성화 고교생들 중 우수한 인재들을 기능경기대회에 출전시켜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학교의 명예로 여겼고, 그들이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명예로 여겼다.

2012년 제47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대구에서 열린다.

여기에서 우승한 기능인들은 2013년 독일에서 열리는 제42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참가 자격을 얻게 되고 이들은 지난해도 그러했듯이 기술 강국으로서 대한민국 명예를 세계 속에 각인시킬 것이다. 그들이 대한민국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히 우뚝 설 수 있고 후배들에게 기술인의 길을 권장할 수 있는 사회풍토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책무의 막중함을 다시 한 번 가져본다.

최근 대구의 산업구조는 기계'금속, 자동차 부품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확대되면서 기술'기능 인력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지역의 전문대학교에서 주문식 교육 등 기업과 활발한 산학협력을 통해 현장중심의 실무교육으로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전문기술인을 양성해 기업에 제공하는 등 정규직 취업률 전국 우수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에서도 기능인력 채용을 위해 작업환경,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고 주택 제공, 선택적 복리후생 제도 도입, 성과보상제 도입, 학력보다는 능력 중심의 채용과 인사관리 등 특성화고 출신의 기능 인력을 우대하는 기업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금융기관 등 기업에서 시작된 고졸 채용 바람은 공직사회로도 확산되고 있다. 대졸자 등 고학력주의를 없애고 청년실업률을 줄이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전국 자치단체들도 특성화고 출신 전문 기술자에게 공직 문호를 개방하여 채용을 확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학력보다는 기술의 길을 선택한 젊은이들에게 보다 나은 내일이 펼쳐질 수 있도록 숙련 기술인이 대우받는 사회, 학력보다는 능력이 존중되는 사회가 구현됐을 때 대한민국 테크노피아의 꿈이 실현될 것이다. 지난해 전국대회 종합우승을 석권한 대구 기능인들이 다시 한 번 우승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도록 차질 없는 대회 준비와 함께 대구가 '숙련 기술인 도시'로 각인될 수 있는 차별화된 대회진행을 구상해 본다.

안국중(대구시 경제통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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