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기업건강관리, 장수기업으로 가는 길

입력 2012-03-14 07:09:54

지난 2008년 9월, 미국의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나라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당시 국내외 경제전문가 사이에는 경제위기를 쉽사리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었다. 하지만 기업과 정부가 혼연일체가 돼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먼저 위기를 벗어나면서 1997년 IMF사태에 이어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

그러나 지난해 또다시 그리스 재정위기로 인해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등 선진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경제위기가 확산됐고 올해도 글로벌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경기 부진으로 최근 우리 지역 경제 또한 제조업 생산이 감소하고 수출 및 설비투자 증가세도 둔화되는 등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세계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점점 증대되는 가운데 기업의 건강관리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위험환경이 복잡하고 다양할 뿐 아니라 한 번의 위험관리 실패가 기업의 도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해짐에 따라 이제 위기관리 즉, 기업의 건강관리는 기업경영의 필수가 된 것이다.

현재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은 우리 중소기업청을 비롯해 14개 부처, 130여 개 기관에 이르며 지원 사업의 수는 200여 개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사업별로 기업을 평가한 후 지원하는 칸막이식 단순지원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고, 기업의 현재 및 미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장치가 없어 중소기업의 위기관리 역량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 중소기업청은 지난 2월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과 공동으로 중소기업 건강관리시스템을 새롭게 도입'운영하고 있다.

기업건강관리시스템이란 사람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여 수명을 연장하듯, 기업의 경우에도 건강진단을 통해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경영위기를 예방하고, 기업경영 전반에 관한 애로해결을 지원해 기업이 건전하게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기업건강관리는 크게 건강진단, 처방전 발급, 맞춤형 치유방식 3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1단계 건강진단은 기업이 자금, 기술, 마케팅 등 애로 분야를 기재해 건강관리를 신청하게 되면, 기술 또는 경영전문가가 기업현장을 방문해 기업 전반에 관한 현재 상황 및 경쟁력을 분석하고, 위기관리역량 저해요인이나 기업성장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어 기업의 성장 로드맵을 작성하고 건강관리 맞춤형 치유과제를 도출하게 된다. 2단계에서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진단보고서를 토대로 기업애로 분야에 대한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분야와 지원기관을 명기한 처방전을 발급받게 되고, 마지막 3단계는 발급된 처방전에 따라 각 지원기관이 해당 기업에 대해 맞춤형 치유를 하게 된다.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에서는 지난달 28일 기업건강진단 처방전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중소기업 건강관리위원회를 구축'운영 중이다. 현재 19개 업체가 신청을 해 건강진단을 받고 있는 중인데, 창업 후 2년 이상, 상시근로자 수 5인 이상인 기업이면 모두 건강관리신청을 할 수 있어 앞으로 신청업체는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웰빙(Well-being)족이 증가하면서 사람의 수명이 늘어난 반면, 기업의 수명은 치열한 글로벌 기술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단축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창업 후 5년이 지나면 65%가 사라지고, 창업 20년차에는 9%만이 생존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업력은 30년이 채 되지 않으며, 중소제조업체의 생존 주기는 7.5년이라고 조사된 바 있다. 세계시장을 주도하던 기업이 경영난으로 무너지거나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오늘날, 기업건강관리시스템을 통해 우리 중소기업의 체질이 강화돼 장수기업이 많이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권대수/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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