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안주면 세입자 구경 힘들걸"
대구 북구 경북대 인근에서 원룸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8'여) 씨는 최근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건당 70만원의 웃돈을 주고 9명의 세입자를 소개받았다.
2월 초까지만 해도 그의 원룸건물 방 18개 중 14개가 비어 있었다. 이 씨는 주변에 신축 원룸이 많이 생기면서 자신의 원룸을 찾는 학생이 줄어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쯤 학교 주변에 부동산중개업소 몇 곳이 생기더니 중개보조원을 10~20명씩 풀어 계약 건당 50만원에서 100만원의 중개수수료를 주는 원룸에만 세입자를 연결해 주고 있었다"며 "법정 중개수수료(10여만원)를 훌쩍 넘긴 고액의 웃돈이 부담돼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방이 계속 비면 건물을 지을 때 빌린 은행 대출금의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생각을 바꿨다"고 하소연했다.
신학기를 맞아 부동산중개업소가 대학가 원룸 운영자들에게 법정 중개수수료보다 최소 5배가 넘는 고액의 웃돈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면 호객꾼을 풀어 세입자를 차단하는 등 횡포가 심하다.(표 참고)
부동산중개업소들이 고액의 중개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최근 대학가에 원룸이 크게 늘어났지만 입주 수요는 고정된 상황에서 부동산중개업소가 세입자 공급을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 중개업소가 호객꾼으로 중개보조원을 대거 고용해 방을 구하는 학생들을 가로채기 때문에 원룸 운영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웃돈을 건네는 상황이다.
대구교대 인근에서 원룸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57) 씨는 "중개업소에 웃돈을 준 원룸은 세입자를 거의 채운 반면 웃돈을 거절한 원룸업자의 방은 텅텅 빈다. 웃돈을 주면 몇 달치 임대료를 손해 보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업소와 원룸을 연결하는 한 중개보조원은 "원룸 방 1개당 중개수수료 100만원을 받을 경우 20만원을 업소에 주고 나머지 80만원을 챙긴다. 이전에 소개해 준 세입자의 방 계약이 끝나기 전에 미리 연락해 다른 원룸과 연결해주고 중개수수료를 받으며 지속적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대학생 신분인 세입자들에게 현금이나 상품권, 이사비 지급 등을 미끼로 건다"고 털어놨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 (자료: 대구광역시 부동산 중개수수료 조례)
거래가액 기준 / 요율상한 / 한도액
5천만원 미만 / 0.5% / 20만원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 / 0.4% / 30만원
1억원 이상 3억원 미만 / 0.3% / 요율상한과 같음
※거래가액 산정 방법
임대보증금+(월임대료×100). 단, 거래가액이 5천만원 미만으로 산정된 경우 임대보증금+(월임대료×70)으로 재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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