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대구] 대구 문학 제2 전성기로

입력 2012-03-08 14:01:37

현대문학의 지평 연 시적 감수성을 깨워라

시를 사랑하는 것은 세상과 삶을 사랑하는 것이고, 우리말을 사랑하는 것이고, 자기 자신의 마음을 가장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다. 대구는 시의 고장이자 시인의 도시다. 대한민국 문단사를 장식한 걸출한 시인들의 고향이다.

◆대구 문학-제2의 전성기

대구지역 문인들의 역량은 우리나라 현대문학의 지평을 열어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 문학 50년사를 펴낸 송일호 편찬위원장은 "1950년대 문학은 피란문학, 1960년대는 암울한 시대로 볼 수 있다. 1970년대는 문학의 싹을 틔운 시기이며, 1980년대는 전성기를 이뤘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답보상태를 보이다가 2000년대는 쇠퇴기를 맞았다"고 평가한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대구는 문학의 제2 부흥기를 맞고 있다.

대구시는 지역 문인들의 숙원인 문학관을 조성한다. 80억원 상당의 사업비를 들여 중구 향촌동 옛 상업은행 건물을 리모델링해 내년 10월쯤 완공할 예정이다. 지역 문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출판산업단지도 달서구 남대구IC 일원에 24만5천여㎡ 규모로 올 연말에 완공할 예정이다.

대구의 자랑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문인인 이상화, 현진건 선생을 기념하고, 신진작가 발굴 및 육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 분야에는 이상화기념사업회를 통해 상화문학제 및 상화시인상 시상과 전시회, 콘서트 등을 개최하고, 이상화 전기 출판, 이상화 시노래 음반 제작 등 출판사업도 추진 중이다. 소설 분야는 소설가협회를 중심으로 현진건문학상 공모 및 작품집도 발간하고 있다. 최근 (사)한국문인협회 대구시지회는 '대구문협 50년사'를 발간했다.

◆시인의 도시

대구경북은 문향의 도시다. 이육사, 박목월, 이상화 등 걸출한 문인을 배출한 고장이다. 최근 발간한 대구 문협 50년사를 바탕으로 대구 시문학, 시인의 역사를 살펴봤다.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이육사, 박목월, 조지훈, 김춘수, 신동집 등 지역의 걸출한 시인들은 한국 문학사의 초창기를 화려하게 장식하면서 지역 문학에 초석을 놓았다. 투철한 민족의식으로 저항시의 참다운 면모를 보인 이상화, 섬세한 감각과 상징적 기법으로 개성적인 시를 빚은 이장희는 그 다음 세대인 이육사와 함께 시의 전통을 세웠다. 한때 대구에 머물렀던 청마 유치환(경남 통영 출신) 시인도 빼놓을 수 없는 시인이다. 1970년대는 김춘수, 신동집 시인의 활약 속에 새로운 세대들이 등장하면서 문학적 열기는 고조됐다. 1980년대는 서정윤의 '홀로서기'와 함께 이하석, 이기철, 이동순, 이성복 시인이 활동했다. 특히 이성복 시인은 해체의 시법으로 우리 시단에 충격을 주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진흥, 박재열, 구석본, 이구락 시인 등은 전통적인 서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감수성과 현대감각이 돋보이는 내면 추구를 통해 뚜렷한 개성의 시 세계를 추구했다.

여성시인도 맹활약을 했다. '형상' 동인 김동희, '오늘의 시' 동인 정화진, '낭만시' 동인 김경옥, '자연시' 동인 권운지, 이숙희와 서양화가 시인 백미혜 등이 여성 시단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1990년대는 문인수·송재학·장옥관·서지월·손진은·배창환 시인이 문단의 조명을 받았다. 김복연·강문숙·이정화·박지영·정유정·이명주·정숙 등 여성시인도 다양한 개성의 시를 선보였다. 본격적인 디지털시대에 접어든 2000년대는 시문학이 힘을 잃기 시작했다. 이때 1970년대 활동 시인 등 일부 중진시인들이 대구시단의 무게를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이하석·이태수·이동순·이기철·박해수·구석본·박재열·이구락·서종택·송진환·이상규·박곤걸 시인이 그들이다. 여기에 1980년대 시인들인 문인수·장옥관·배창환·김윤현·김용락·정대호·서지월·서정윤·김선굉·박진형·이유환·윤성도·최재목·장하빈·박상봉·박윤배·김두한·이문길 등의 활동도 눈부셨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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