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정자만 백개…어찌 아니 세울까

입력 2012-03-08 07:24:52

1526년 충재 권벌이 봉화읍 유곡리에 지은 청암정 모습. 봉화군 사진제공
1526년 충재 권벌이 봉화읍 유곡리에 지은 청암정 모습. 봉화군 사진제공

낙동강과 더불어 봉화 최고의 관광자원은 정자(亭子)다. 봉화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정자가 있다. 현재 확인된 것이 103곳이고 사라진 것까지 합하면 170여 곳이나 된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청암정(봉화읍 유곡리'명승 제60호)이다. 500년 전통의 한과마을로 유명한 '닭실마을'에 있는 정자로 충재 권벌(1478∼1548)이 1526년에 지었다. 거북모양의 너럭바위 위에 세워졌는데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거북이 정자를 업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충재 선생이 이현보, 이언적, 이황 등 영남의 학자들과 학문적 공감을 나누었던 유서 깊은 곳이다. 동이, 스캔들, 바람의 화원 등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충재의 아들인 권동보가 만든 34칸 규모의 큰 정자인 석천정사(봉화읍 유곡리'사적 및 명승 제3호)도 유명하다. 법전면 소천리의 사미정(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276호)은 조선후기 문신인 조덕린이 만년에 수양 생활을 하기 위해 세웠다. 정자 현판의 사미정(四未亭)이란 글씨는 정조 때 명재상인 채제공의 친필이다. 이외에도 퇴계 이황, 전서의 대가인 미수 허목, 조선 최고의 명필인 석봉 한호, 추사 김정희 등의 글씨가 봉화지역 정자들에 남아있다.

정자는 경치가 좋은 곳에 위치하면서 풍류를 즐기고 학문을 논하는 곳이다. 이런 정자가 많다는 건 그만큼 산천이 수려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봉화는 높은 산과 울창한 소나무 숲, 아름다운 경관의 낙동강 등 지리적 장점을 지녔다.

낙향한 선비들이 많았다는 것도 봉화에 정자가 많은 또 다른 이유다. 조선시대 봉화 지역 대부분이 안동에 포함돼 있어서 경북 북부의 유림들이 봉화로 옮겨왔다. 특히 '태백오현'으로 불리는 강흡, 심장세, 정양, 홍석, 홍우정 등은 병자호란 이후 벼슬을 버리고 봉화 춘양 등지에 내려와 정자를 짓고 학업정진과 후진양성에 힘썼다.

봉화군은 이러한 특성에 맞춰 '누'정'휴(休) 문화누리사업'(11만8천827㎡'414억원 예산)을 추진하고 있다. 봉성면 외삼리 부랭이 마을에 누'정 테마파크, 정자박물관, 정자정원, 정자마을 등이 2016년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봉화군은 전통유산인 누각과 정자의 건축문화 가치를 재조명하는 한편 지역의 문화관광산업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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