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섬유는 지역 발전의 화수분이다. 아니, 지역을 넘어서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주춧돌이자 종잣돈 역할에 지대한 기여를 한 대구섬유는 의식주 중 으뜸 분야의 소재공급처로서 지금도 먹을거리 창출의 무궁무진한 보물단지다.
하지만 언제나 가까이에, 수월하게, 간편히 접근되고 있음에 그 가치가 너무 소홀하게 대접받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평소 공기와 물에 대한 고마움을 쉽게 간과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대구섬유가 우리 생활에 일상화되어 있으나 막상 실상을 온전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볼거리가 너무 빈약하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지 모르겠다. 유럽에 가 보면 부러운 것 중의 하나가 볼거리가 잘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국적 측면인 이유도 있지만 문화유적을 경제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현물은 물론이고 신화나 전설, 심지어 가공의 창작물까지 잘 활용하여 찾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거의 광적으로 움직인다. 사소한 데까지 현지 관광가이드를 붙이기도 한다. 최근 지역에도 옥내형 섬유비즈니스센터 건립이 가시화되고 있고, 또 몇몇 뜻있는 개인에 의해 자연염색, 자수, 벨벳, 전통 의상 등의 소규모 사설 섬유 관련 볼거리가 조성되고 있지만 지역 섬유를 제대로 알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실, 대구섬유의 역사는 매우 유구하다.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이전에 이미 지역 인근은 전통섬유의 생산기반이 폭넓게 형성되어 있었다. 상주 비단, 의성 목면, 안동 삼베, 그리고 배후 곳곳에 다양한 자연염색 재료의 자생지와 맥반석에 의한 양질의 수자원까지도 지역 섬유를 살찌우는 한 요소가 되어 왔다. 몸에 좋은 물이 섬유에도 좋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라의 국명 또한 '새로운 비단'이라는 의미도 있고, '실크로드'(silk road)의 한 출발지가 우리 지역이라는 설도 있다. 또 '실크'의 영어어원이 우리말 '실'에서 유래하지 않았나 하는 가설이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국제적 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현재의 섬유 산지 기반은 근대에 교통 요충지이자 물류 집적지로서, 그리고 6'25때 대량의 인구유입에 의해 빠르게 형성되고 성장했다. 이처럼 지역 섬유는 사실적 제조기반의 위상과 역사적 배경이 세계 그 어떤 지역보다 잘 갖추어져 있다.
이제 지역에서도 지역 중심의 소비를 창출할 때이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섬유문화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역 섬유의 랜드마크, 즉 우리만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지역특화 브랜드를 드러낼 수 있는 섬유문화기반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새로운 것, 첨단도 중요하지만 이미 확보하고 있는 기반을 충분히 활용한 먹거리 조성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더 내실을 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알차고 재미있는 스토리로 꾸민 테마파크를 조성하여, 지역의 다른 볼거리와 잘 연계함으로써 지역을 찾는 이들을 이틀이고 삼일이고 붙들어 놓을 수 있는 문화기반 조성이 절실하다고 본다.
물론 이전에도 많은 노력이 있었다. 1974년 처음 지역 경제계에서 지역경제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섬유민속촌 조성과 섬유박물관 건립'을 건의한 적이 있고, 선거 직선제가 이루어진 1987년 대선 공약을 필두로 최근까지 총선, 대선 때마다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약방의 감초와 같이 어김없이 섬유 볼거리 조성사업이 선거공약 항목 상위 메뉴에 자리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언제 누가 관심을 보였느냐는 듯이 사라져갔다.
이미 많이 늦은 감이 있다. 우리의 구수한 옛 모습이 숨 막히는 듯한 세상 변화와 함께 너무 빠르게 잊혀지고, 없어져 가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각 가정 장롱 속에 고이고이 잠자거나 공장 창고 한쪽 구석에 아무렇게 널브러져 있는 유물과 유적을 찾아내고, 주변의 지식과 지혜를 모아 잘 다듬는다면 모름지기 옛것을 수집하고 복원하는데 아직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민 여하에 따라 스토리 또한 매우 다양하게 전개할 수 있고 또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옛것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우리 참모습을 알면 깜짝 놀랄 거리나 눈물겨운 생활사가 너무나 많다.
어영부영하다가 아까운 것 다 잃거나 남에게 빼앗기기 전에 국제섬유도시 대구에 걸맞은 자연친화적 야외개방형 섬유테마파크가 시급히 조성되어 지역경제도 살찌우고 대구섬유의 지속 발전에도 내실화를 기하는 한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박원호/한국섬유개발연구원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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